현대차그룹, 트럼프 맞춤형 인사... 예측 불가능 사업 환경 타개[시경Pick!]

2024-11-22

트럼프 2기 대응… 미국통 전진 배치

외국인 CEO 호세 무뇨스, 북미 시장 성과 주도

성 김, 국제 정세 전문가로 대관 업무 총괄

관세 인상 직격탄, 현대차그룹 도전 과제

IRA 폐지 가능성… 전기차 전략 차질 우려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피해 최소화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통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며 글로벌 사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관세 인상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가능성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발생할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CEO와 외교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호세 무뇨스의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한국계 미국인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의 그룹 싱크탱크 사장 임명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그룹은 관세 인상과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폐지 가능성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에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 정세에 정통한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미국 내 주요 정책 변화와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초로 외국인 CEO를 선임했다. 신임 CEO로 발탁된 호세 무뇨스는 북미 시장 총괄을 비롯해 유럽, 중남미, 인도,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특히, 2023년 현대차가 GM과 포괄적 동맹을 맺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을 정도로 미국 내 정관계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호세 무뇨스 사장은 성과와 능력주의, 그리고 글로벌 최고 인재를 중용하는 인사 기조에 따라 CEO로 내정됐다”고 설명했다.

무뇨스는 닛산 미국 법인, 토요타 유럽 법인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2019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이후 북미와 중남미 법인장을 역임하며 현대차의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성장했다. 그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미주와 유럽 등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현대차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계 미국인인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그룹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성 김 사장은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외교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외교관이다. 특히, 트럼프 1기 당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대사를 역임하며 미국 외교관으로는 최고위직인 '경력대사' 칭호를 받은 바 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 측 실무회담 대표단을 이끌며 전략적 협상을 주도한 경력을 지녔다.

현대차그룹에서 성 김 사장은 글로벌 대관 업무와 대외 네트워킹 역량 강화를 책임진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에 따른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며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성 김 사장은 그룹의 대외 네트워킹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관세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수입 제품에는 60% 관세, 기타 국가 제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정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아래 2.5% 관세 또는 면제로 수출 중인 현대차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총 723만대의 차량을 생산했으며, 이 중 165만대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제조돼 수출된 차량으로,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현대차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 보편 관세 10%가 부과될 경우 약 2조7000억원, 기아는 약 1조8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기아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징벌적 관세 25%가 부과된다면 약 8000억원의 영업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된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을 폐지할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에는 큰 위협이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IRA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현대차는 IRA에 대응하고자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된다면 이러한 전략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IRA 폐지와 FTA 관세 수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라며 "현대차가 대미 무역에서 수년간 흑자를 기록해왔던 만큼 관세 부과는 분명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지연될 가능성을 고려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풍선효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어 관세 충격을 줄일 여지가 있다"며 "다양한 생산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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