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혹한기 앞두고 속도전
신분상승 기대에 농민 등 지원 늘어”
“밀가루 등 러 대북지원 8배 늘어
北 주민에게 中보다 고마운 나라”
통일부 “파병병사 교체 가능성”
북·미대화 땐 ‘韓 패싱’ 현실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의 2차 파병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월 혹한기를 앞두고 러시아가 북한군 투입을 서두르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 지원이 이어지며 실제 파병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 속에 러시아와 북한의 공조가 더욱 긴밀하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18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가장 추운 1~2월 겨울을 앞두고 파병을 서두르고 있다”며 “기존에 파병된 폭풍군단(11군단)의 경우 지역별로 신병을 선발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자원하는 주민들이 많아 파병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정예부대로 알려진 폭풍군단은 명령에 잘 복종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병들을 주로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경험이 있는 기존 병력보다 신병이 지휘부의 명령에 순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농민과 탄광 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파병 지원이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농민은 죽을 때까지 농민이고, 탄광 노동자도 신분 변화가 어려운데, 파병을 다녀오면 당원이 되어 신분이 바뀌고 가족도 간부 가족이 될 수 있어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파병의 영향으로 러시아의 북한 지원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밀가루나 쌀 등이 과거에는 5% 정도였다면 지금은 40% 정도로 크게 늘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러시아는 이제 중국보다 고마운 나라”라고 전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군이 러시아군 편제로 들어간 만큼, 병력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충하기 위한 추가 파병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당원이 된다고 큰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 자발적으로 갔을 것이란 점에는 의구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군사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군대, 인민은 앞으로도 제국주의 패권 책동에 맞서 국가 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차 파병은 “기존 파병 병사들에 대한 로테이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1차 파병 군인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 후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미 국방부가 확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과 미국의 정권 교체기가 겹치면서 대외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가 끝날 때까지 중단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군통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외교사절 접수권 등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지만, 대내외적 지지와 명분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한 총리는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며, 관련 수사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대화 재개 시 ‘한국 패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개입하면 그건 매우 전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면서도 러·우 전쟁 조기 종식과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국 혼란과 상관없이 파병을 계속적으로 고려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우리 정치 상황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2차 파병은 트럼프 등장의 변수가 더 중요하다”며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빨리 끝내려 할 것이고, 북한군 파병이 자신이 원하는 종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미국과 협의해 북한의 파병 문제에 대한 대응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예림·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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