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카와 고 감독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으로 던진 질문 [29th BIFF]

2024-10-07

입력 2024.10.07 17:08 수정 2024.10.07 17:09 데일리안(부산)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후루카와 고 감독은 '카페 다이칸야마'으로 시작해 '도쿄 리벤져스' 시리즈, '한밤중 소녀전쟁' 등의 조감독 출신이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그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됐다.

이 작품은 교도소와 구치소에 영치품을 대행해 주는 영치품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 이야기를 그린 휴먼 서스펜스 영화다. 신지 역에는 일본의 아이돌 칸쟈니8의 마루야마 류헤이, 아내 역은 마키 요코, 신지의 숙부는 테라오 아키라가 맡았다.

이 이야기는 시나리오를 쓰고 스크린에 구현되기까지 꼬박 11년이 걸렸다. 조감독으로 활동하면서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영감을 받았던 그는 영치품 매점에 주목했다.

"영화를 만든다면 특수한 직업이나 그런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촬영 중에 도쿄 구치소에서 촬영하면서 영치품 매점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영치품 매장 직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알아보면서 시나리오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일본의 교도소, 영치품 매점을 조사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채울 수 있도록 도움이 된 요소들이다.

"구치소나 교도소가 일본의 관공서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어 놀랐습니다. 평일 아침 5시부터 9시까지 운영되더라고요.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교도소의 생활이 주말을 메인으로 움직이는 거 같았거든요. 영치품 매점은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면회를 허락받지 못한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죠. 국가가 법률적으로 해주지 못하는 걸 영치품 매점이 보조한다란 느낌이었습니다.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영치품 매점이 제게는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교도소와 영치품 매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특수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과 아픔의 보편성을 이야기 해야겠다는 다짐은 더 확고해졌다.

"영치품 매점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입구에 불과합니다. 특수한 직업을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멀리 느껴지지 않길 바랐습니다. 내일 당장 이 사람들과 관련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어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길 때,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친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고 질문하고 싶었죠."

각본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역시 스크린 너머의 세계가 실제라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설명하는 투의 대사는 모두 배제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 우리들의 모습이고, 인간은 하나의 감정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죠. 극중 캐릭터들은 주변 사람을 위해 자연스럽게 거짓말도 하고 감정을 감추기도 하거든요. 이런 걸 테마로 중심을 잡았습니다."

극중 가네코 신지는 과거 폭력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 삶을 살게 될 수 있었던 건 아내와 아이, 삼촌이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네코는 과거 자신처럼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치품을 넣어주고 대신 면회를 해주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어느 날, 아들의 친구가 시체로 발견되고, 살인자의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준 가네코는 위기에 몰린다. 마루야마 류헤이는 아들을 지키려 과거의 자신의 폭력성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첫 오리지널 장편을 찍게 되며 마루야마 류헤이에게 '신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투영한 모습'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스스로도 제 인생과 생각을 투영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임했고요. 마루야마 씨가 느끼는 후루카와 고라는 사람을 투영해 연기해 줬죠. 그래서 실제로 제가 어떤 표정을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지 등을 관찰해 주고 발견해 줬어요. 마루야마를 통해 저를 재발견하기도 했고요. 사실 제가 연기에 대한 디렉션을 했다기 보다는 도움을 받은 쪽입니다. 촬영 전 우리 둘은 식사 자리를 통해 영화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이를 통해 '이 배우에게 맡겨야겠다, 이 배우가 납득하는 걸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라고 쭉 생각해 왔습니다."

마키 요코는 일본에서 실력파로 불리는 여배우로 이번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저는 마키 요코의 인생을 스크린을 통해 쭉 봐왔어요. 엄청난 여배우라는 걸 저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알고 있죠. 조감독을 하면서도 한 번도 같이 일을 한 적이 없었는데 언젠간 꼭 이분과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캐스팅을 할 때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파괴하는 게 기조입니다. 마키 요코는 냉정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이미지가 있어요. 아들만 보고 살아가는 캐릭터를 봤을 때 아무도 마키 요코를 떠올리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에 마키 요코는 연기력까지 출중하니 꼭 캐스팅 하고 싶었습니다. 역시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 감동했습니다."

그는 양면이 존재하는 캐릭터는 물론 거울로 나누어지는 일반인들의 세계와 범죄자의 세계를 보여주며 '모두의 인생은 동등하다'라는 걸 역설한다.

"이 작품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공간을 나누는 유리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아크릴 유리 너머의 세계가 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래?'라고 묻고 싶습니다. 범죄자는 나쁘고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벌을 받고 난 이후 범죄자, 그의 가족, 영치품 매점 사람들, 교도관 사람들 모두에게 인생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연예인이 사건 사고에 휘말렸을 때마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낙인이 찍혀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에 의문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부분을 고민해 줬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합작 콘텐츠를 활발하게 만들어가는 팀플레이를 종종 하고 있다. 후루카와 고 감독은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작업하고 싶은 배우를 정우성으로 꼽았다.

"일본에서는 정우성 씨 만큼 비주얼과 스타성을 가진 배우는 극소수입니다. 기무라 타쿠야 정도가 되겠네요. 오랜 시간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갖고 좋은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정우성 씨를 항상 눈여겨 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후루카와 고 감독에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첫 장편 데뷔작으로 첫 상영을 마쳤기에 남다르다.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았다.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자리가 만석이라 감동했습니다. 이 흐름이 계속됐으면 해요. 또 제가 참여한 작품이 초청 받아 9회, 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어요. 저에게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첫 영화제였죠.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제 작품으로 다시 왔다는 것 자체에 혼자 멋대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영화 인생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으로서 다시 서게 돼 너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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