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거듭나려면 첨단산업 분야 규제 장벽을 허무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 중 절반이 한국의 기업 환경을 ‘평균 이하’로 평가해 규제 개혁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조이 사쿠라이 주한미국대사관 공관 차석은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5 암참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한국은 좀 더 많은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려 하지만 규제 환경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며 “한국에 아태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외국 기업이 100개 이하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것이고, 그래야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참은 싱가포르에 5000개, 홍콩에 1400개 외국 기업들이 아태 본부를 두고 있고 중국 상하이도 900개가 넘는데 국내 기업 환경이 열악해 아태 본부가 경쟁국에 비해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암참이 최근 발간한 ‘2025 한국 비즈니스 환경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답한 암참 회원사의 50%가 한국의 기업 환경을 ‘평균 이하’로 평가했다. 이는 전년 조사의 25%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또 응답 기업의 57%는 정부 정책이 경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규제별로 보면 노동 경직성을 첫 번째 개선 사항으로 꼽았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재활용 기업인 노벨리스의 사친 사푸테 아시아 사장은 “미국 기업의 경우 본사에서는 2~3년마다 노사 협상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년 한다”며 “노사문제의 불확실성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꺼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도적 한계로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인 형사처벌 규제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 규제 등이 제시됐다. 사푸테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를 예방하는 본래의 법 취지보다 이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환경 규제의 경우 단순히 정책 구현이나 감사 목적보다는 신기술 분야를 촉진하는 등 다른 차원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참은 아울러 항공우주·자동차·제약·디지털경제·에너지 등 12개 산업 분야에 걸쳐 70여 건의 규제 이슈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유전자변형작물(GMO)에 대한 과도한 규제,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에서는 절충 교역 계약 조건 및 의무 사항 내 과도한 처벌 규정이 문제로 지목됐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환경 규제가 외투기업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미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하려면 한국 고유의 규제 이슈를 해결하고, 보다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통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