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JPM서 '잭팟' 기대감 팽배

2025-01-13

에이비엘바이오가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 행사에서 '잭팟'을 노린다. 최근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한 주요 파이프라인들의 임상 단계가 진전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빅파마 위주 미팅 예정···'ABL301' 임상2상 가시화

회사는 13일부터 16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에 참가한다. 이 행사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 2022년 글로벌 기업 사노피와 1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킨 자리로, 매년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550여 개, 투자자 등 참가자 8000명 이상이 참여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창립 이래 매년 초청을 받아 해당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으며, 올해는 그간 파트너십을 논의해 오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후속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예정된 미팅 건수는 비공개이나, 대형 제약사 위주로 일정을 촘촘히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 측은 "기술이전한 물질들의 임상 데이터가 슬슬 나오고 있어 반응이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이전과 이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영업수익을 내는 기업이다. 올해는 혈액뇌관문(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와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에서 본격적인 성과 도출이 예상된다.

그중 하나가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파킨슨병 신약 'ABL301'이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 주도로 미국에서 임상1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속도가 붙으면서 이달 중 종료가 예상된다.

임상2상부터는 사노피가 맡는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해 사노피에 관련 제조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500만 달러(약 74억원)의 마일스톤을 받았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임상1상 단계에서 특별한 부작용 문제는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상 진입이 사실상 확정된 만큼 원천기술인 '그랩바디-B'의 가치도 재조명받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BBB 셔틀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트론티네맙'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 이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이다. 트론티네맙은 앞서 로슈가 임상에 실패했던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일항체 '간테네루맙'에 BBB 셔틀을 부착한 물질로, 알츠하이머 환임상 1/2상에서 긍정적인 초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다만 로슈 등 기존 BBB 셔틀이 트랜스페린 리셉터(TfR)를 매개 수용체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랩바디-B'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사용해 표적 능력이 높다. 이를 통해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병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의 BBB 침투를 향상시키고, 긴 반감기를 통해 기존 단독항체가 가지는 한계인 뇌로의 약물전달율을 높인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BL301 임상 성공으로 그랩바디-B 플랫폼의 기술력이 확인되면 추가적인 콜라보레이션 또는 플랫폼 계약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담도암 치료제, 연내 가속승인 가능성

담도암 치료제 'ABL001'도 올 1분기 중 탑라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다 이른 시기의 허가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ABL001이 순항한다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처음으로 유의미한 규모의 상업화 로열티를 받게 된다.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VEGF-A 및 DLL4 표적 이중항체로, 암 조직 내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글로벌 권리를, 한독이 한국 권리를 보유 중이다. 한독이 국내에서 진행했던 담도암 임상 2상을 기반으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 2/3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발표한 새해 임상개발 계획에 따르면, 담도암 임상 2/3상 탑라인 데이터 발표 예상 시기는 올 1분기 말이다. 당초 2026년 상용화, 2027년 상업화에 따른 판매 로열티 발생이 예상됐으나, 임상 결과에 따라 빠르면 신속 허가 신청을 통해 연내 상용화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ABL001'은 선택지가 없는 담도암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고, 기존요법 대비 2배 이상의 효과지속기간을 보여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바 있다. 패스트트랙의 경우 6개월로 심사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1분기에 탑라인이 발표된다면 연내 FDA 가속승인도 가능하다.

'ABL001'은 대장암 적응증으로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올해 중순 임상2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ABL111' 집중 투자로 연구개발 속도

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111'(지바스토믹)의 탑라인 결과도 올 하반기 발표된다. 현재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의 '옵디보'(니볼루맙)와 화학치료제 등을 3중 병용하는 요법으로 1b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아이맵과 공동 개발 중이다.

특히 아이맵이 최근 새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ABL111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선정하기도 해 연구개발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맵은 사노피에 중국권리를 이전했던 CD73 저해제 파이프라인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ABL111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BL11'은 4-1BB를 이용한 그랩바디-T 플랫폼이 적용됐다. 4-1BB 항체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표적성이 뛰어나지 않고, 4-1BB 항체가 간에서 활성화될 경우 간에서 생성되는 CD8 T 세포가 간조직에 손상을 일으켜 항체 개발에 난항이 있을 수 있다. 반면 그랩바디-T는 이중항체를 통해 표적성 문제를 해결한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아이맵은 고형암 환자 대상 'ABL503/라지스토' 임상 1상도 진행하고 있다.

그랩바디-T 플랫폼으로 이뤄진 'ABL103'은 단독요법 평가를 위한 임상 1상이 순항하고 있으며, 올해 병용요법 평가를 위한 초기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병용 임상을 앞두고 있다.

안정적 자금 확보 속도···'ADC' 사업 본격화

기술이전 파이프라인들의 성과는 기술료 유입으로 이어진다. 회사는 보다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ABL 2.0'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ALB 2.0'은 지난해 7월 회사가 공개한 새 사업 비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자사 파이프라인들의 임상 단계를 중·후기로 고도화해 기술이전 규모를 키우고, 영구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중항체 등 다중항체를 활용한 ADC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승인된 약물도 없는 만큼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를 높여 글로벌 선두주자로 올라서겠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해 7월 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추가 기술이전, 신약 출시 및 후기 마일스톤 등을 통해 올해 말까지 총 4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영구적인 현금흐름 창출에 나서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환우선주(CPS)를 자본으로 인식하며 자본잠식 이슈를 해소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으로는 'ABL-206', 'ABL-209', 'ABL-210' 등이 있으며, 올해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 연구원은 "회사는 작년 9월 말 기준 약 156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아직 유상증자로 유입된 자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는 유입 마일스톤으로도 충분히 운영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ABL301의 임상 1상이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사노피의 임상 2상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과 ABL301의 임상 비용 감소로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가되는 2개의 이중항체 ADC의 임상도 임상 1상임을 고려했을 때 파이프라인 당 약 300억원 내로 임상 1상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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