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귀족의 의무”를 의미하며, 권력이나 부를 가진 자가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부나 선행의 차원을 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적인 특권을 절제하고 공동체에 헌신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역사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정치와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 집단의 책임 윤리로 작용해 왔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자원입대해 생명을 걸고 전투에 임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복무를 통해 조국에 봉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공공의 책임을 다한 전형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권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여전히 낯선 단어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3 계엄으로 내란 수괴의 우두머리를 구속하고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법적 판단 이외에 국민들의 관심사를 집중시킨 일련의 일들이 아직까지도 메인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의 정당치 못한 계엄으로 온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그를 심판하기 위한 특검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보인 그의 행동과 언변을 듣고 있으면 이 나라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부도덕한 자세는 실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재판에 회부 되어 출석을 하느냐 마느냐에 자신의 법적 지식을 총동원한 상태로 일종의 버티기로 일관한 모습은 과거 대통령의 행동과 비교가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주요 국무위원에 해당되는 장관 임명을 위한 청문회가 활발히 전개 되었다. 나름대로 청문회에서 검증을 하고는 있지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 다수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그에 걸맞는 책임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잦다. 공직자의 부정부패,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자녀입시특혜, 논문표절, 직원에게 갑질논란 등의 사건들은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그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감당해야 할 윤리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0년대 들어 여러 차례 발생한 고위 정치인 자녀의 군 면제 특혜, 부동산 투기, 채용비리논란 등은 단순한 개인윤리의 문제를 넘어, 제도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부재한 한국의 정치적 구조 병폐를 드러낸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징계를 유보하는 방식으로 동료를 감싸는 행태는 국민과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처럼 권력층이 책임을 회피하고 특권만 누리게 되면, 사회 전반에 냉소주의와 불신이 팽배해진다. 특히 젊은 세대는“공정”과 “정의”라는 가치가 실종된 사회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이는 정치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사익 추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진 결과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계층 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는 극단주의적 정치 성향의 확산을 부르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권한을 행사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윤리적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단순히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공공 권력을 맡은 자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다, 이러한 정신을 정치문화속에 녹여내기 위해 몇 가지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자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머, 솜방망이 징계나 사면은 더 이상 용납 되어선 안 된다.
둘째, 공직자 윤리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지속적인 윤리 교육을 통해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이 단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
셋째, 정당 내부에서도 자정능력을 강화하고, 부정 비리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후보자가 윤리적으로 자격을 갖춘 인물이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다.
한국 정치권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후보를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는 자신이 누리는 권력과 혜택이 결국 국민의 위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한국 정치가 특권의 상징이 아닌 책임의 본보기가 되는 날,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공정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치과계는 어떠한가? 이제 내년 초에는 협회 선거가 다가오지만 직선제 이후 지금까지 각 후보자들의 선거와 관련 고소 고발로 편안한 날이 없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엘리트 집단에서 국민들에게 이미지 제고는커녕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임플란트 저수가도 치과계 문제의 핵심이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 나가 과대광고를 하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치과의 행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시대적 정신을 망가뜨리고 있다. 동료애도 없고 이기적인 장사꾼으로 전락하고 있는 이들의 민낯은 결국 전직 대통령의 사필귀정으로 마무리 되는 자충수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고 죄의식이 없는 행태들이 만연되고 있으며, 부를 축적하는데 법과 도덕은 사라지고 남을 배려하는 것도 떠난 지 오래다.
근자에 들어와 선현들의 말씀과 명언들을 살펴보는 것이 마음 수련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요즘 이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자기가 뿌린 씨앗은 자기가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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