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하다"... 숏폼 애니메이션,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바꾸다

2025-08-16

숏폼 콘텐츠 열풍, 웹툰 플랫폼도 뛰어들다

네이버 카카오 등 웹툰 애니메이션 야심찬 투자

숏폼 애니메이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

[디지털포스트(PC사랑)=정혜] 전 세계 숏폼 콘텐츠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약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인 이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60%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국 소비자의 약 70.7%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며, 이는 숏폼이 이미 대중적인 미디어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에 발맞춰 웹툰 플랫폼들도 잇달아 동영상 기반 숏폼 서비스를 선보이며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 숏폼 콘텐츠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웹툰 업계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로 숏폼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숏폼 애니메이션 ‘인생 녹음 중’, 131만 구독 돌파

실제로 숏폼 애니메이션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높은 흥행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부부의 실제 대화를 녹음해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재구성한 ‘인생 녹음 중’ 계정은 유튜브 131만 명, 인스타그램 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쏙독샌님’(31만 명), ‘케찹마왕’(27만 명), ‘이삽십’(17만 명) 등도 높은 구독자 수를 기록하며 숏폼 애니메이션의 강력한 수요를 증명하고 있다.

'블루오션'이 된 숏폼 애니메이션 시장

업계는 애니메이션 시청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숏폼 애니메이션의 시청자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은 2022년 약 3,860억 달러(약 533조 원) 규모에서 2030년에는 약 5,880억 달러(약 81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OTT 플랫폼인 ‘크런치롤(Crunchyroll)’을 인수한 소니는 지난 3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10억 명 이상의 애니메이션 시청자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숏폼 애니메이션 시장을 ‘블루 오션’으로 주목하고 있다. 아직 플랫폼부터 콘텐츠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웹툰 애니메이션 야심찬 투자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도 숏폼 애니메이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네이버웹툰은 다음 달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기반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 ‘컷츠(Cuts)’를 선보일 예정이다. ‘컷츠’에서는 기존 네이버웹툰 IP를 활용한 숏폼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아마추어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도 업로드할 수 있다. 과거 아마추어 웹툰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도전만화’처럼, 누구나 손쉽게 숏폼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4월 숏폼 서비스 ‘헬릭스 숏츠(Helix Shorts)’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헬릭스 숏츠’는 웹툰을 짧은 영상으로 자동 생성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완성된 숏폼 콘텐츠는 카카오페이지 홈 화면에 노출돼 이용자가 작품의 줄거리나 주요 포인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AI 개인화 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 추천이 가능하며, 카카오엔터는 해당 숏폼이 노출된 화면에서 작품 열람 및 구매율이 약 40% 높아졌다고 밝혔다.

숏폼 애니메이션 인재 양성, 대학가도 들썩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학 애니메이션 학과들도 숏폼 애니메이션 교육에 적극 나서며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는 과거 웹툰 시장 초창기에 기안84, 이말년 등 스타 작가들이 등장하며 시장을 키웠던 것처럼, 숏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요 대학들이 잇달아 ‘숏폼 애니메이션’ 관련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오는 9월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 기반의 숏폼 애니메이션 플랫폼 ‘컷츠(Cuts)’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콘텐츠 시장 전반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경일대, 상명대, 청강문화산업대, 홍익대 등은 올해 1학기 커리큘럼에 숏폼 애니메이션 제작 실습이나 워크숍을 포함시켰으며, 홍익대는 해당 수업을 정규 전공과목으로 편성했다.

​그렇다면, 숏폼 애니메이션은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소비 트렌드 변화, 시의성 있는 주제 빠르게 제작

숏폼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단순한 ‘짧음’으로 만 볼 수 없는 트렌드의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우선 소비 패턴 변화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긴 호흡의 스토리보다 즉시 몰입 가능한 짧은 콘텐츠를 선호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이용자의 70% 이상이 하루에 1분 이하의 영상을 10편 이상 소비한다.

또한 숏폼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제작 효율성이다. 전통적인 TV 애니메이션은 한 시즌 제작에 수개월이 걸리는 반면, 숏폼 콘텐츠는 수 주 내에 완성할 수 있어 시의성 있는 주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IP 확장성 측면에서도 숏폼은 주목받고 있다. 원작 웹툰, 게임, 소설 등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하면 새로운 유입 경로를 만들 수 있으며, 굿즈·게임·장편 영상 등으로 이어지는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형·모바일 친화형 영상은 SNS 알고리즘에 유리해, 틱톡·인스타그램 릴스·유튜브 쇼츠 등에서 브랜드나 IP의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짧은 영상으로 웹툰의 서사적 매력 훼손 우려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숏폼 콘텐츠 확산이 웹툰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편 연재와 감정선 구축에 강점을 가진 웹툰이 짧고 자극적인 숏폼 형식에 맞춰 제작되다 보면, 이야기의 서사 구조보다는 즉각적인 '훅' 장면에 집중하게 되어 본연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숏폼이 ‘웹툰 예고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일부 젊은 이용자층이 숏폼만 소비하고 정작 원작 웹툰을 찾아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존 연재 외에도 별도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며, 플랫폼의 요구에 따라 연출 방식이나 컷 구성까지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평균 1분 이내로 구성되는 숏폼의 특성상, 콘텐츠 내용이 단편화되어 전체적인 다양성과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숏폼 애니메이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

숏폼 애니메이션 시장의 부상은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새로운 독자 유입의 창구로서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웹툰 고유의 서사적 매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 숏폼 트렌드를 따르더라도, 기존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작가의 창작 자유와 작품의 본질을 지킬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이 시장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창작자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서비스가 기획되고, 건강한 생태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내 플랫폼들이 숏폼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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