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도시의 주차장은 늘 부족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도시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밤이면 아파트와 골목길은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지만 도심의 대형 빌딩과 백화점 주차장은 한산하다. 낮이 되면 풍경은 정반대로 바뀌고 주중과 주말, 그리고 지역에 따라 주차 수요는 확연히 달라진다.
서울의 주차장 보급률은 이미 140%를 넘었지만 밤마다 주거지는 주차난으로 시달린다. 문제는 주차장의 절대량이 아니라 시간과 요일·지역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결국 도시는 ‘모자라지만 남는 주차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 속에 놓여있다.
더 큰 변화는 이미 도시에 다가오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공유 모빌리티는 주차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대기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어 굳이 목적지 근처에 머물 필요가 없다. 젊은 세대는 소유보다 필요할 때 이용하는 공유 모빌리티를 선호한다. 이동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주차의 의미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차 면수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주차장이 차지하는 공간 부피의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주차장은 회전 공간과 통로로 차 한 대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요구한다. 그러나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이러한 여유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주차 면적을 7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법제화된 로봇 주차 방식은 같은 공간에 훨씬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어 앞으로 기존 방식의 주차장이 줄어들 것임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구글의 토론토 스마트도시 프로젝트는 이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한 사례다. 비록 중단됐지만 ‘미래에는 주차 수요가 줄어든다’는 전제 아래 모든 주차장을 ‘용도 전환 가능한 주차장’으로 기획한 최초의 도시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이후에는 창고, 창업 공간, 상점, 공동 시설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 개념은 뉴욕·바르셀로나·암스테르담으로 확산하며 도심 주차장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신규 주차장은 최소화하고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의무화하고 있다. 주차장을 유연한 도시 공간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도시들은 여전히 ‘부족하니 더 지어야 한다’는 오래된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매년 수백억 원을 들여 공영 주차장을 늘리고 아파트 등 민간 건축에서도 크고 작은 지하 주차장이 의무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문제는 지하 주차장 한 면을 조성하는 데만 1억~1억 6000만 원, 공사 기간은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 주차장이 머지않아 자율주행과 공유 모빌리티 시대에 필요하지 않은 공간이 된다면 그 부담은 도시와 시민에게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주차장법과 정책은 ‘지금은 맞지만 앞으로 틀릴 가능성이 높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주차장은 단순히 현재의 부족을 해소하는 시설을 넘어 도시가 가진 중요한 토지 자원이자 미래 변화에 대비할 전략적 공간이다. 앞으로의 기준은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언제든 전환 가능한가’여야 한다. 지금처럼 주차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고정된 공간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른 용도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도시 자산으로 계획될 때 비로소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 이제 부족이라는 관성을 넘어 미래 도시를 향한 지혜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원형’을 벗어난 시계…빈티지와 클래식의 만남 [김범수의 소비만상]](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5/20251205515195.jpg)
![[ET톡]소형가전 돌파구 찾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05/news-p.v1.20251205.7d74c7f986314514b4becf18adaf7364_P1.jpg)
![[트럼프 스톡커] 내연차 미는 美, 테슬라 전기차 신화 '풍전등화'](https://newsimg.sedaily.com/2025/12/06/2H1MIMYJLH_25.jpeg)

![[사설] 홈에너지 표준화, 첫단추 잘꿰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05/news-a.v1.20251205.83d9a3aac50b4b64b2579e749a6ffa3a_T1.jpg)
![한국에 상륙한 ‘똘똘한 AI’…테슬라 FSD가 무서운 진짜 이유 [김기혁의 테슬라월드]](https://newsimg.sedaily.com/2025/12/06/2H1MJF589K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