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기회는 이미 완성된 빅 지식재산(IP)이 아니라, 아직 성장 중이며 함께 구축해 갈 여지가 있는 성장형 IP에 있습니다.”
신동익 마운드미디어 대표는 서울 마운드미디어 본사에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 미래모임)'에서 'K컬처와의 효율적인 협업 방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대표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주는 확장성과 파급력을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가 연간 500만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전시 굿즈 매출이 180% 이상 늘어난 현상, 글로벌 플랫폼을 기점으로 신인·인디 아티스트가 세계 무대에 빠르게 등장하는 흐름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콘텐츠 하나가 커머스·관광·전시·패션까지 파생산업을 움직이는 구조가 이미 현실이 됐다”며 “콘텐츠는 이제 주변 산업을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산업의 매출·경험을 견인하는 중심축이 됐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시켰다는 점도 강조됐다. 신 대표는 “아이돌 데뷔가 고비용 구조이지만, 지금은 제작 도구와 창작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화된 알고리즘 덕분에 특색 있는 음악이 대중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마케팅과 자본이 우선이던 시장에서, 창작자 정체성과 세계관이 바로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로 옮겨갔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변화가 인디·싱어송라이터의 약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대표는 “예전에는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음원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20~30개 앨범을 제작할 정도로 인프라가 바뀌었다”며 “플랫폼 자체가 이미 시장을 평평하게 만들었고,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창작자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운드미디어의 최근 기업 행보가 이러한 시장 변화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신 대표는 올해 인수한 레이블 '어센틱(Authentic)'을 예로 들며 “대형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 빅 IP가 아니라,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서사를 가진 성장형 IP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센틱 소속 한로로가 올 4월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의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성장 속도는 자본이 아니라 서사가 시장을 움직이는 시대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패션·잡화 브랜드 '리끌로우(Reclow)' 인수는 콘텐츠 IP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신 대표는 “최근 K컬처를 좋아하는 글로벌 팬들은 음악뿐 아니라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까지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며 “리끌로우 인수는 음악 IP에 머무르지 않고 팬 취향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IP를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리끌로우는 아이웨어 브랜드로 시작해 레인부츠·백·모자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왔다. 도쿄·발리·명동 등 오프라인 접점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운드미디어는 정기고·소유·송소희 등이 소속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이승윤이 이끄는 독립 레이블 '마름모', 서브컬처 중심의 '그림프로덕션', 올해 설립한 아트 레이블 '테잎스'로 음악·예술 IP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또한 마운드미디어는 대만 싱어송라이터 9m88(조앤바바)와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해 해외 진출 교두보도 마련했다.
마운드미디어는 음악 외에도 유통·공연·마케팅·MD 등 전 영역에 밸류체인을 확장해왔다. 음원 유통을 담당하는 포크라노스·보스토크, 공연·페스티벌 기획 브랜드 원더로크, 마케팅 전문 브랜드 가치브라더, 음향기술 기업 레드컴퍼니, 그리고 MD 비즈니스를 맡는 에이제로(A0)는 창작자 IP가 기획-제작-유통-오프라인 소비까지 완결되는 구조를 내부에서 구현하도록 설계된 체계다.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마운드미디어는 지난해 기업가치 1200억원을 인정받았으며, 누적 15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신 대표는 창작자 중심의 서사 구조가 IP 경쟁력 핵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술은 그걸 더 넓게 퍼지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들은 단순히 노래 한 곡, 제품 하나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삶의 시간과 다양성, 어떤 고유한 맥락을 소비한다”며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기술이 아니라 서사”라고 말했다. 소속 아티스트 송소희·이승윤·한로로 등은 각자 독특한 서사와 정체성을 지닌 사례로 소개됐으며, 신 대표는 “이들의 서사가 기술과 플랫폼을 만날 때 폭발력이 생긴다”고 전했다.
협업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가 창작자를 이끌려는 순간 관계는 무너진다”며 “이미 존재하는 아티스트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승차'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들이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워 오리지널리티를 통제하려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창작자가 구축한 서사를 존중하는 파트너십이 진짜 협업”이라고 말했다.
사명 마운드미디어의 '마운드'가 '투수를 받쳐주는 언덕'에서 비롯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신 대표는 “마운드는 화려한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가 더 멀리 던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구조적 지지대”라며 “우리가 하고 싶은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기획부터 판로 확장, 부가 콘텐츠 창출까지 전 과정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넘어 콘텐츠 비즈니스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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