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품귀에 삼성전기 MLCC 가동률 99% “내년 필리핀 신공장 착공”

2025-12-09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의 공장 가동률이 사실상 100%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필리핀 신공장 건설에 착수해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필리핀 법인(SEMPHIL)의 제3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 확보를 마치고 현지 정부와 투자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지원과 전력 문제 등 정부와 공장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는 단계” 라며 “이견이 조율되는 대로 신공장 건설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1997년 라구나 칼람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0년부터 정보기술(IT)용 MLCC, 인덕터 생산을 시작했다. MLCC 사업이 커지자 2012년에는 MLCC 신공장을 준공했고 2015년에는 2880억원을 투자해 필리핀 전체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MLCC 주문이 밀려들자 필리핀에 14년 만에 새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944억 달러(138조 원), 아마존은 1250억 달러(183조 원), 구글이 920억 달러(135조 원), 메타도 710억 달러(104조 원)의 AI 투자 계획을 밝혀 AI 산업 선점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AI 산업이 급팽창하자 전자제품 회로에서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MLCC 업황도 슈퍼사이클을 타고 있다.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처리하며 연산을 수행하는 AI 반도체는 전력 효율이 성능을 좌우해 고성능 MLCC의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AI 서버용 칩에는 필요한 MLCC가 일반 서버(2000~3000개)보다 13~15배 많은 3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높은 전압을 사용해 초고속 연산을 하는 AI 반도체에 적합한 고성능 MLCC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기를 포함해 일본 무라타와 타이요, 유덴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서도 기술력이 높은 삼성전기로 주문이 몰리는 형국이다. 삼성전기는 올 1분기 MLCC를 생산하는 부산과 중국 텐진, 필리핀 생산 라인 가동률이 풀가동 수준인 96%를 넘어섰고 3분기에는 더이상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운 99%까지 치솟았다. 삼성전기는 필리핀에 신공장을 지어 쇄도하는 MLCC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기의 필리핀 제2 신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이르면 2027년 하반기부터 MLCC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제2 신공장은 전장용 MLCC 생산을 담당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AI 반도체용 MLCC 뿐아니라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에 탑재되는 MLCC 주문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들이 자율주행 등 첨단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카를 내놓으면서 전장용 MLCC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전기의 부산과 필리핀 공장은 AI용 MLCC, 텐진은 전장용 MLCC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필리핀 제2신공장이 준공되면 필리핀 법인은 AI와 전장용 MLCC 모두 양산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시장지배력 확대와 신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신공장 건설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제품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삼성전기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내년 MLCC 생산 물량을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풀가동이 내년까지 지속되면 삼성전기 매출은 올 해(약 11조 원)보다 약 30% 늘어난 14조 원, 영업이익은 40% 증가한 1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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