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래된 한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스트를 맞이하는 한옥 숙소의 주인이다. 아침 햇살이 대청마루에 스며들고, 마당 돌길을 따라 고양이가 걸어 다니는 이 풍경은 참 예쁘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나는, 새벽부터 정원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이불을 널고, 수건 개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해서 시작했다. 10년간 유학하며 정신적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이 일을 운명처럼 느끼게 했다. 낡은 한옥을 직접 손보고, 도배와 장판을 바꾸고, 장식품 하나도 정성껏 고른 공간이다. “여기 진짜 조용하고 편안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 내가 만든 공간이 누군가의 여행 한 장면이 된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은 ‘감성’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 예약 취소가 갑자기 몰리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 한숨도 못 잤다고 항의하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직접 청소하고, 침구를 정리하고, 밤늦게 도착하는 손님을 위해 불을 켜두고 기다린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는 것’이라서 더 에너지를 많이 쓴다.
“숙박업은 그냥 쉬운 알바 아니야?” “이런 데서 살면 고민도 없고 맨날 행복하겠다!” 주변에서 가끔 듣는 말이다. 한옥을 꾸며놓고 가만히 앉아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하지만 숙소 예약 관리부터 손님 응대, 청소, 세탁, 방역, 정원관리까지 혼자 다 한다. 아니,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관리비 없는 자영업’이라는 건 착각이다. 한옥은 습기와 곰팡이, 단열 문제까지 관리할 게 많다. 전통은 예쁘지만 예민하다.
그리고 이 일은 외롭다. 정해진 퇴근도, 함께 스트레스 풀 동료도 없다. 다른 직장인 친구들이 상사 욕을 할 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욕할 상사가 있어서 좋겠다.” 한옥 바깥일이 ‘조용한 마감’으로 끝나고 해가 지면, 방으로 들어와 다시 출근한다.
그래도 나는 이 삶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어느 봄날, 외국인 손님이 마루에 앉아 벚꽃잎을 줍던 장면. 몇 번씩 재방문하시면서 이제 저도 한옥에서의 사계절을 다 봤다고 말해주는 게스트. “정말 기억에 남는 숙소였어요”라는 리뷰 한 줄. 그 모든 게 내가 만든 ‘작은 세상’ 안에서 피어난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이 일터를 어떻게 더 단단하게 만들지 고민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생각을 멈추고 그냥 일단 몸을 움직인다.
이슬아 다담한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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