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블록체인·디지털자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2025-09-01

최근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첨단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편입했고, 일본 역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동시에 웹3 백서를 발표하며 금융 법제 개선과 사업 환경 정비에 나섰다.

특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을 국가 전략의 최전선에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디지털자산 산업은 미국의 혁신과 경제 성장, 국제적 리더십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 디지털 금융 육성 의지를 천명했다. '크립토 차르' 데이비드 색스를 필두로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 시장 워킹그룹도 신설했다.

지난달 말에는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서 비트코인 추가 확보, 디지털자산 규제 완화를 포함한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강화' 보고서를 발표하며 혁신 친화적 정책 기조를 한층 공고히 했다.

과거에는 개인이나 기업의 역량, 도전 정신만으로 세계적 성과를 내는 사례들이 더러 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이 국가 단위의 전면전으로 확산된 지금, '개천용' 신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조지 윕(George Yip) 노스이스턴 대학 국제 경영o전략 교수는 이를 시장 자본주의에서 국가 자본주의로 이동하고 있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 또한 “국가 개입이 확대됨에 따라 최대한 많은 경제적 자유를 주는 자본주의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각축을 벌이던 자유시장주의에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첨단 기술 육성과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국가자본주의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정보통신(IT),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두나무가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다.

업비트는 연간 거래액 1조 3500만 달러로 거래 대금 기준 글로벌 3~4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업비트의 뛰어난 역량은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다. 2025년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업비트를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국내 1위, 세계 7위로 선정했으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데이터 전문 기관 카이코는 2024년 4분기 평가에서 업비트를 국내 1위, 세계 5위로 꼽았다.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이자 디지털 전략가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산업 성장의 대전제로 정부의 의지, 기술 친화적 제도,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혁신의 역사가 길고 기술 발전에 강한 기업,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의 리더십이 뒷받침된다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필요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여전히 제도적 불확실성에 묶여 있다. 산업 전체가 신뢰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가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한국의 미래 동력은 이제 개천에서 홀로 솟는 신화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터전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키워내야 할 때라며 국가 차원의 성장 로드맵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정치권과 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 주최 디지털자산 산업 진흥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출범식에서 “미래 금융의 중심이 될 디지털자산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국회와 정부, 기업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도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디지털자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 개선과 산업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디지털자산은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정부도 민간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꽃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은 한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육성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 글로벌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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