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내우외환'에 빠져든 형국이다.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지속된 '여성혐오' 논란에 더해 글로벌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올해 초 중국 웹툰 서비스 일부를 담당하는 '상하이 빈지-리딩 찐치우 엔터테인먼트(Shanghai binge-reading Jinqiu Entertainment', 이하 찐치우 엔터)를 청산했다.
찐치우 엔터는 중국 내 인기 웹툰을 제작하고 지식재산권(IP)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네이버의 중국 시장 웹툰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네이버웹툰컴퍼니'의 산하 '브로콜리엔터테인먼트(Broccoli Entertainment)가 지난해 3분기 플랫폼 확장을 위해 지분을 매입한 곳이다.
지분 매입한 지 6개월 채 안 돼 업체를 돌연 청산하자 업계에서는 현지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당초부터 대다수 전문가는 회사가 이곳 '토박이' 사업자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입 모았다.
이런 평가는 특수한 중국의 시장 구조 영향이 크다. 실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폐쇄적인 특성 탓에 외부 사업자는 쉽게 발 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 현지 강자가 시장을 나눠 먹는 모양새다. ▲콰이칸 ▲텐센트동만(腾讯动漫) ▲빌리빌리만화(哔哩哔哩漫画) ▲아이치이코믹(爱奇艺叭嗒) ▲웨이보코믹(微博动漫) ▲샤오밍타이지(小明太极) ▲동만(咚漫) ▲PODO 만화(PODO 漫画) ▲만만만화(漫漫漫画) ▲AcFun 등이 이곳 10대 업체로 불린다. 특히 콰이칸은 총이용자 3억명 이상, 월 활성화 이용자 수(MAU) 5000만명에 이르는 대표 플랫폼이다. 중국 웹툰 시장의 약 50%에 달하는 수준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청사진을 토대로 2016년 이 지역에 처음 진출했다. 중국 본토의 시장 규모를 판단할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중국 웹툰고 서브컬처 소비시장을 이끄는 Z세대'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웹툰 시장 규모는 68억2000만위안에 달하고 웹툰 이용자는 3억150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최근 5년간 지속됐다. 중국 웹툰 시장 규모 추이는 2019년에 26억8000만위안을 기록한 이래 ▲2020년에는 33억5000만위안 ▲2021년 45억4000만위안 ▲2022년 56억3000만위안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용자 수도 ▲2019년, 2억200만명 ▲2020년, 2억5900만명 ▲2억8800만명 ▲3억400만명으로 증가세를 그렸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은 현지 사업자들의 브랜드 파워에 밀리며,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자연히 현지 사업을 도맡은 네이버웹툰컴퍼니는 악실적을 거듭했다. 네이버웹툰컴퍼니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억5264만원이었다. 전년도(23억111만원)에 비해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네이버웹툰은 중국 외 지역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2022년부터 추진해 온 유럽 법인 설립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글로벌 빅2(미국과 일본)'에 보다 힘 쏟는 추세다.
국내 분위기는 더욱 안 좋다. '이세계 퐁퐁남'이란 작품이 지난 9월 '2024 지상최대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퐁퐁남'이란 경제권을 아내에게 빼앗기고 집안에서 힘없이 살아가는 유부남을 뜻하는 신조어로 여혐(여자혐오)이란 신조어다.
일명 '퐁퐁남 사태' 이후 이용자들은 회사 운영을 비판하며 불매 운동에 나섰다. 엑스(옛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네이버웹툰 불매'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쿠키(네이버웹툰 전자화폐)를 환불하거나 회원 탈퇴하는 식으로 운동을 전개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네이버웹툰은 지난 22일 공모전 이세계 퐁퐁남을 최종 탈락시켰다. 현재 이세계 퐁퐁남은 이용자 신고 누적에 따라 일부 회차(1~4화)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이세계 퐁퐁남의 작가는 "'퐁퐁남'과 '설거지론'은 2000년대 초에도 사용된 주식용어로 여성혐오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성과를 빠르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 지금으로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지역에 힘쓸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시장의 성장성과 달리 외부 세력이 입지를 다지기 워낙 어려운 시장인 터라, 가까운 시일 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이어 "이번에 정리한 업체 역시 지금으로선 불필요한 상황, 경영 효율화 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