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민석 기자]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기업 이수페타시스가 인수합병(M&A)이 무산됨에 따라 제이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직면했다.
시장 일각에서 회사 측이 지급한 계약금을 반환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올해 상반기 공개를 예고했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19%(450원) 상승한 3만7600원에 거래 중이다. 현재는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지난 19일(4만1150원)부터 5거래연속 하락해 누적 주가 하락폭은 여전히 10%에 달했다.
최근 주가 하락세는 2차전지업체 제이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 논란에 휩쌓인 영향으로 보인다. 제이오는 최근 이수페타시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일방적으로 해제하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를 목적으로 SPA를 체결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시 이후 본업과 관계 없는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함께 금융감독원이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지난 1월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를 포기를 포기했다 .
제이오는 이번 계약 해제의 책임이 이수페타시스에 있으며, 지급된 계약금 158억원은 자신들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수 무산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적 손실과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배상 책임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인수합병 무산 이후 제이오의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지난 1월 22일 기준 주당 1만4400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20% 가량 하락한 1만1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한, 제이오는 타법인 주식 양수 및 사채권 취득 결정 철회 등 잇따른 공시 번복으로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2200만 원의 제재금을 받았다.
제이오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계약 파기 직전인 지난 1월 23일 오전까지 이수페타시스측과 임시주총 개최를 논의하는 등 꾸준히 소통을 해왔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이수페타시스측에서 돌연 공시를 통해 계약 중단을 선한 이후 연락이 두절되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제이오 관계자는 "돌연 계약 중단을 공시를 통해 확인 한 이후 이수페타시스와 연락이 닫지 않고 있다"며 "주가와 기업 이미지 등 여러 피해를 입었기에 계약금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수페타시스가 소송을 진행할 경우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반환 받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수페타시스측 입장이 나와봐야겠지만, 인수합병 계약서 내 반환조건에 금감원 증권신고서 반려를 감안한다는 조건이 없다면, 승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이수페타시스가 상반기 중 발표를 약속했던 밸류업 계획도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1월 이수페타시스는 소액주주들과 가진 면담자리에서 제이오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상반기 중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현재 제이오 인수가 무산됐고, 계약금 반환까지 어려워지게 되면서 사측이 주주들과 구두로 약속한 계획을 이행 할 지 의문이라는 것.
특히, 이수페타시스가 지급한 계약금(158억 원)은 2024년 당기순이익(740억원)의 약 20%에 해당하며, 올해 배당 총액(94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수페타시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미처분이익잉여금만 본다면 계약금을 반환 받지 못하더라도 새 주주환원정책을 내놓기엔 충분하다"면서도 "계약서까지 작성한 제이오에게도 일체 논의 없이 중단을 통보했는데, 주주들에게 구두로 약속한 밸류업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이수페타시스측에 제이오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밸류업 계획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