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임명안을 재가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결국 '파우치 박'의 임명을 강행했다"며 "KBS를 '김건희 Broadcasting System'(방송국)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에도 정해진 수순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아첨 언론'의 새 지평을 연 박장범씨의 KBS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고 불러준 대가"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박 사장에 대해 "기자와 앵커 출신이지만 지난 2월 대통령 대담을 진행하면서 언론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모든 언론이 '명품백'이라는데 가격도 숨기고 '고가'라는 표현도 못한 채 굳이 '파우치'로 불렀다. '조그마한 백'이라는 설명까지 붙여 의미 축소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흘에 걸친 청문회에서 박 사장의 왜곡된 언론관, 부적절한 주식 거래, 세금 탈루, 아들의 위장 전입, 스쿨존 속도위반, 과태료 미납으로 인한 차량 가압류 등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이미 김 여사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판단뿐이었던 듯 예정된 현장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임명안 처리를 해버렸다"며 "김 여사가 보채기라도 했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박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박 사장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고, 국회의 응답이 없자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대전 대성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1994년 KBS 공채 20기 기자로 입사해 런던 특파원과 사회2부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고,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KBS 1TV '뉴스9' 앵커를 맡았다. 박 사장은 임기는 다음 달 10일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다.
박 사장은 올해 2월 KBS에서 방영한 윤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 방송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야당으로부터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가방을 '파우치'라고 지칭한 일은 공식 명칭을 사용한 것뿐이라며 "해당 상품을 검색했고, 공식 사이트에 '디올 파우치'라고 제품명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며 "파우치는 사실이고 팩트다. 상품명이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