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민석 기자] 태광산업이 주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보유 현금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주주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태광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말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1조434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1조2656억원) 대비 13% 늘어난 수준이며, 총자산(4조7222억) 대비 30%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903억원 ▲단기금융상품 2983억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745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전년대비 각각 15.96%, 77.04%씩 늘었다.

여기에 오는 5월 받게 될 SK브로드밴드 양도대금과 중간배당까지 합치면 올해 현금성자산은 2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 SK브로드밴드 지분(16.75%)를 7776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배당의 핵심 재원이 되는 순이익 또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70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폭을 72.8% 줄였고, 순이익은 2206억원으로 전년도 당기순손실 147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측에서는 원가개선 및 관계회사주식 처분을 흑자 전환 이유로 들었다.
3년간 보유 현금이 늘고 실적도 개선됐지만 태광산업의 주주환원은 저조하다. 지난 13일 태광산업이 공시한 2025년 배당금 총액은 14억7285만원, 주당 배당금은 1750원이다. 이는 시가배당률 0.3% 수준이며, 주당 배당금은 2022년부터 4년간 동결된 상황이다. 지난 20년간 태광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1.5%로, 2023년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인 40%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주주환원의 또 다른 방법인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인색하다. 태광산업은 발행주식 대비 24.4%인(27만1769주)를 자사주로 보유 중이지만, 소각 이력은 전무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또한 2005년을 마지막으로 진행한 이력이 없다.
타 상장사들이 정부정책에 발맞춰 밸류업 공시를 속속 발표하고 있으나, 사측에선 여전히 주주환원정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부분"이라며 "다만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고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사회 내 사내경영진들이 주주환원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관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사외이사인 김우진 교수가 양도금액의 일부를 주주환원에 활용하자고 제안해 이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대한 구체적 방법과 금액까지 정했고 이 때 주주환원에 활용하려 했던 금액은 양도금(7776억원)의 약 10%인 776억 수준으로, 이는 2025년 배당총액(14억7285만원)의 50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주환원책은 지난 2월 성회용 공동대표가 일신상 이유로 돌연 사임한 이후 모든 논의가 중단됐다. 태광산업의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지분율 6.09%)은 최근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사외이사들의 기업가치제고계획 수립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며, 이를 뒷받침할 임직원 및 주주의 의지 역시 확고하다"며 "다만 이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야 할 사내경영진의 리더십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트러스톤은 실제 결정권이 있는 이 전 회장(지분율 73%)이 직접 사내이사로 참여해야 한다며, 사측에 이 전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주총 요구를 한 상황이다.
사측에서 주주환원정책을 공개하지 않고, 2대주주가 공개주주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일각에선 오는 28일 개최될 태광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과거부터 현금을 쌓아 두고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기업"이라며 "최근 2대주주가 다시 움직이고, 행동주의가 확산된 상황에서 일반주주들이 주총에서 경영진들에게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