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증권 발행 법제화 또 지연…먼저 뛰어든 NH농협은행 어쩌나

2025-02-24

[비즈한국] 토큰 증권 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의 법제화가 늦어지면서 제도와 업계 간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여러 금융사가 토큰 증권을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 및 인프라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STO 법제화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NH농협은행이 토큰 증권 사업에 선제적으로 나섰지만, 정부 지원을 받아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도 운영하지 못하는 등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

토큰 증권은 조각투자와 함께 거론되는 개념이다. 조각투자란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 고액 유·무형 자산의 소유권·지분 등을 쪼개 투자하는 방법이다. 쪼개진 권리는 투자계약증권, 수익증권 등 신종 증권으로 분류하며 토큰 증권으로 발행·유통할 수 있다. 토큰 증권은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한 증권을, STO는 기관의 개입 없이 토큰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토큰 증권이 기존에 없던 비정형 증권이다 보니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발행 규정이나 유통 체계가 없다.

시장이 제도 밖에서 크자, 금융당국은 2023년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하고 법제화 의지를 보였다. 그러자 증권사를 필두로 여러 금융사가 토큰 증권 사업에 나섰다. 은행권에서도 뛰어들었는데, 선두에 선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2023년 4월 전북은행, 수협과 함께 ‘은행권 STO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컨소시엄에는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조각투자 업체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컨소시엄에서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온라인 조각투자 플랫폼을 위한 자금관리 서비스(조각투자 API)도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2022년 6월 금융권 최초로 투자예치금 분리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각투자 API 제휴를 맺은 조각투자 업체에 투자자 예치금-플랫폼 자금의 분리·보관, 가상계좌 발급, 구매 대금 이체·반환 등을 지원하고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현재 조각투자 API 제휴를 맺은 조각투자 업체는 9곳이다.

그러나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들고도 본격적인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구축한 인프라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2024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2024년 블록체인 민간분야 집중·확산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농협은행은 참여기업(비디젠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토큰 증권 발행 플랫폼 ‘STOG’를 구축했다.

STOG는 조각투자 사업자가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토큰 증권을 간편하게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금융위의 STO 가이드라인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 증권 발행 기능을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2024년 12월 STO를 위한 블록체인 기능과 분산원장 구축을 상용화 수준으로 완료했지만, 정식 운영은 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은 법제화 움직임에 주목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로 다른 금융사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각투자 API 계약을 체결한 조각투자 업체를 중심으로 토큰 증권 발행을 지원하겠다”며 “타 금융사를 농협은행의 STO 블록체인 노드(네트워크 참여자)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STO 법제화는 또다시 멀어진 상태다. 2월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토큰 증권 관련 법안은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토큰 증권 법안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개정안으로, 여야 모두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의 유통시장 형성을 목표로, 다른 증권처럼 유통 규제를 받고 장외시장 거래를 형성하는 것이 골자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분산원장 기술과 토큰 증권을 정의하고, 토큰 증권 발행인이 금융위원회의 등록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에서는 2024년 10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에서는 11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이번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상반기 통과는 어려워졌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에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윤창현 전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 심사를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법제화 추진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월 13일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금융자산의 토큰화, 블록체인 인프라 활용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활발한 만큼 입법을 통한 토큰 증권 발행 지원, 금융권의 블록체인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겠다”며 “토큰 증권은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신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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