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명 인사들이 저마다 지지 후보를 공개하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젊은 층에게 영향력이 큰 가수와 배우, IT 기업가는 카멀라 해리스 쪽이 많은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건설이나 에너지 등 전통 산업 부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인지도가 높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대체로 해리스 민주당 후보 편에 섰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비욘세·에미넴·빌리 아이리시·카디비 등 국가대표급 팝스타들이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영화 어벤져스 배우들은 단체로 해리스 응원 영상을 찍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스칼렛 요한슨·크리스 에반스 등은 지난달 31일 SNS에 '카멀라 해리스, 나는 민주주의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이밖에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 등도 해리스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해리스 현장 유세장에 나타나 직접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단순 지지에서 나아가 전략적인 선거 운동에 팬덤이 활용되기도 한다. 현지 매체 더힐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은 해리스 지지 모임을 만들어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에 우편 25만통을 보냈다. 스타를 따라 팬들도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 우편은 스위프트 공연 관객을 기반으로 펜실베이나에 거주하는 18~34세 여성만 대상으로 발송됐다고 한다. 팬들 사이에서 유대감을 상징하는 팔찌도 동봉됐다. 캠페인을 기획한 팬들은 "4600명이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고 서약했다"고 밝혔다.
소속 정당을 뛰어넘은 사례도 있다. 공화당원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지난달 30일 "공화당은 재정 적자를 늘렸고 선거 결과를 거부했다"며 "이어 "나는 공화당원 이전에 미국인이다. 해리스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 지지자들을 자극해 의회 점령까지 벌어진 데 실망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쪽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표적이다. 가디언 등 주요 매체에선 "가장 큰 트럼프 치어리더"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지지자 중 추첨으로 매일 100만달러(약 14억원)을 주는 등 사재를 털어 트럼프 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 종합격투기 UFC 회장 데이나 화이트, 배우 멜 깁슨,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도 트럼프 지지자임을 공개했다.
해리스 측에 비하면 트럼프 뒤에 서있는 유명 인사들의 이름값이 떨어진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민주당 셀럽들의 활동을 "오만한 행보"라고 비판하면서도 내심 부러워하고 있다.
기업인 중에선 IT 기반의 신흥 부자들은 해리스, 기성 산업군은 트럼프로 갈렸다. 해리스는 과거 캘리포니아 검사로 재직하면서 지역 내 실리콘밸리 부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해리스에게 비공개로 5000만달러(약 700억원)을 기부했다. 구글 CEO 출신 에릭 슈미트,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등도 해리스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회장 제이미 다이먼은 해리스가 승리하면 재무부 장관에 언급될 정도로 물밑에서 열심히 돕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멜론은행의 상속인 티모시 멜론와 카지노 재벌인 미리암 아델슨, 돈 어헌 어헌 호텔 창업자 등 전통 부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석유 시추업체 지오서든에너지의 조지 비숍, 마제스틱 부동산의 에드워드 로스키 주니어, 프로레슬링 회사 WWE의 전 회장 린다 맥마흔, 시카코컵스 구단주 조 리켓츠 등이 트럼프 진영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