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10월> <크림슨 타이드>
잠수함은 소수 병력으로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전략적 유용성이 높고,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 전면전이 아닌 국지적 억제 상황에서도 강력한 수단이 되는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역량을 갖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잠수함은 지상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구 표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바닷속에서 장기간 자력으로 생존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한 재난 영화에서는 지각변동과 해일에 대비해 인류를 보존하기 위한 탈출 수단으로, 우주선이 아닌 초대형 잠수함을 현대판 ‘방주’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공학 기술자나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잠수함은 전자 장비, 추진 체계, 무기 시스템, 그리고 각종 센서까지 대부분을 전기로 구동하는 거대한 에너지 자급 시스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10월 진수된 ‘장보고III 배치(Batch)-II 사업’의 선도함 장영실함은 조선 시대 대표 과학자 이름에 걸맞게 한국 잠수함 설계·건조 기술이 새로운 수준에 올라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잠수함은 대형화나 무기 고도화를 넘어 오랫동안 부상하지 않고 작전할 수 있도록 디젤기관 기반 ‘공기불요추진(AIP)’ 체계에 기존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한 세계 두 번째 사례다.
리튬이온전지는 납축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해군 무기체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화재나 폭발 위험에 대한 고도의 안전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장영실함은 이를 극복하고 실전 적용한 드문 사례이며, 그 결과 잠항 시간과 최대 속력으로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기술 수준은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준비 중인 캐나다 총리가 장영실함 계류 현장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잠수함에 전기추진을 적용하는 것은 단지 추진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함정 전체의 작전 개념, 에너지 운영 전략, 정숙성 확보, 부품 배치의 유연성까지 바꾸는 일종의 전장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기연구원은 장영실함에 탑재된 전동기 및 전력변환장치의 성능 확보와 해군이 요구하는 신뢰성 규격을 만족하기 위한 시험·인증 체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전기추진체계 기술은 군사 분야를 넘어 민간 영역으로의 확장성도 매우 크다. 무인 수중 드론(UUV), 연안 여객선, 전기 어업선 등 친환경·고효율 선박 시스템은 모두 정밀한 전력변환 기술과 전동기 구동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정확하게 제어되는 전기, 그리고 그 전기를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흐르게 만드는 연구자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대한민국 기술 주권을 넓은 바다의 깊은 곳까지 확장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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