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현실과 허구

2024-10-14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10일 ‘위, 로봇’ 행사에서 오래전부터 예고해온 로보택시인 ‘사이버캡’을 공개했다. 핸들이나 페달 없이 제작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완전 자율 주행 기능이 없으면 사용 불가능한 차량이다. 그리고 행사에서 사이버캡과 함께 인간의 형상을 한 옵티머스 로봇도 선보였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 각종 심부름과 집안일을 할 수 있다는 이 로봇은 발표장에 찾아온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칵테일을 만들어 줘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이를 촬영한 영상은 온라인에서 크게 바이럴 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로봇이 기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잘 들여다본 사람들은 현재 AI의 발전 수준으로는 불가능할 만큼 자연스럽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슬라 측에서는 정확한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행사를 지원했던 사람들에게서 대화를 비롯한 일부 기능은 원격으로 사람이 직접 관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보는 사람이 로봇의 성능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건 엄연한 거짓말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신제품을 시연할 때는 현장에서 오류가 나는 걸 방지하고 매끈하게 작동하게끔 어느 정도 연출을 하지만, 머스크의 경우는 제품의 성능과 인도 가능 시기를 지나칠 정도로 과장해서 비판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테슬라 자동차의 자율주행 능력을 조작한 영상으로, 몇 년 후에야 내부자의 증언으로 들통났다.

이제 전기차 업체로서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기 힘들어진 테슬라는 자율 주행과 AI, 로봇에서 성공해야 현재의 주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문의 성공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비전과 명백한 허구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현재 테슬라의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비전의 부재가 아니라 CEO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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