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수협은행이 2023년 3월, 오너가 1심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도이치모터스에 1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승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거래가 끊긴지 오래된 기업에 대해 대출이 이뤄졌고, 이후 도이치모터스 계열사로까지 대출이 이어지면서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수협은행의 도이치모터스 대상 최초 대출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취임 3일 전 실행됐으며, 노 회장 취임 직전과 이후 2년 사이 수협은행과 전국 단위수협이 도이치모터스와 그 계열사에 제공한 대출금은 총 648억원에 이르렀다.
도이치모터스는 당시 주가조작 사건으로 1심 유최 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회장이 이끌던 기업이었고,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까지 겹치며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수협 측은 담보나 지급보증 없이 신용 기반의 고위험 대출을 실행했다. 내부 심사 문건에서도 이 같은 위험요소는 배제됐다.
수협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타임라인으로 살펴봤다.
2023년 2월 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금융권에선 통상 이 같은 사례를 두고 기업의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으로 평가한다. 기업의 대외 신용도는 물론 대출 심사 기준상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인 3월 24일, 노 회장의 취임일인 27일 보다 3일 앞선 시점에 수협은행이 도이치모터스에 1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도이치모터스 오너의 주가조작 재판이 한창이었던 만큼 경영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점이었다.
내부 대출 의견서에는 주자조작 재판이나 권 전 회장의 유죄 판결 등 사법 리스크는 언급되지 않았고, 오히려 영업 안정성이 대출 근거로 제시됐다.
게다가 노 회장이 2023년 3월 27일 취임한 이후 수협과 도이치모터스 및 계열사 간 대출은 일시에 집중되며 ‘무더기 대출’ 양상을 띠었다. 취임 직전인 3월 24일 100억원대 대출이 실행된 것은 관련성을 따져 제외하더라도, 취임 이후 불과 2년 사이 수협은 도이치모터스와 그 계열사에 총 500억원대 대출을 실행했다.
수협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 회장이 윤석열 정권과의 친분을 통해 사법 리스크 해소를 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 회장은 취임 전부터 선거법 위반 및 성접대 의혹 등으로 해양경찰 수사 대상이었다. 이후 그는 2023년 8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 노 회장이 방문해 수사 대상에 올랐던 유흥업소의 업주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수협의 도이치모터스 및 계열사 대상 대출을 둘러싼 정황은 단순한 금융 거래를 넘어, 권력과 금융기관 간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수협 측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권 전 회장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 판단했으며, 재무 우량 상장기업에 담보나 보증 없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라고 정면 반박했다.
수협 관계자는 “당행 심사부의 안건 내용에 의하면 (대출) 취급 당시 권오수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대주주에 불과한 상태였고, 주가조작 관련 기소 내용 등을 검토한 결과 본건 소송관련 부정적 이미지로 다소 영엽력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BMW의 우수한 시장 지위를 감안할 때 본건 소송 결과에 따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해 (대출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이 실행된 것에 대해선 “당행 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는 재무가 우량한 상장기업에 대해 담보나 보증 없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건 일반적이다. 도이치모터스의 경우 대출 심사 결과 당행 신용등급 기준 외감 3긍급에 해당해 신용대출 검토가 충분히 가능한 우량한 차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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