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 고용불안정 재발될까?

2024-11-29

기존 투자에서 경영 악화, 투자 축소, 노사 갈등 악순환 되풀이

고려아연 임직원, 고용 안정 약속했지만 구조조정 내몰릴 위기의식 커져

최근 국내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 이후 경영 악화와 이에 따른 투자 축소, 노사 갈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K가 기업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인수 대상이 된 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영권 인수를 노리고 있는 고려아연에 고용 안정을 약속했지만, 선례에 비춰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비철금속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MBK가 인수한 기업들에게서 노사 갈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카드 노동조합은 최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MBK가 내세운 경영진과 롯데카드 노조의 갈등은 사측이 업황 악화에 따른 긴축 경영 등을 내세우면서 촉발된 갈등이다.

롯데카드 노조는 MBK 인수 이후 임직원간 불평등한 처우 문제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이후 임원 수와 임원 1인 평균 급여는 20% 넘게 늘었는데, 직원 평균 급여는 업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가 롯데카드의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나치게 짧은 단기 매가 시도도 도마에 올랐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3년 만인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높은 몸값 탓에 입찰이 불발됐다. 이후 매각 시도를 지속하는 동안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는 제자리 걸음을 했지만 실적과 자산 건전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60억 원 대비 79.5% 감소했다.

딜라이브, BHC, 홈플러스 등 MBK 인수한 기업에서 경영이 악화하고 노사 갈등이 고조된 사례가 적지 않아 실적 악화와 고용 불안정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가 기업 인수 당시에는 고용 안정을 약속하지만, 현실과는 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가 대표적 사례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직원들의 실업 문제가 제기되자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강제적 인력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말을 방패막 삼아 실제 해고만 하지 않을 뿐 직원들이 제 발로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통합부서 제도 도입에 따른 업무 과중 현상과 시설 투자 감소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주요 문제로 꼽힌다. 지난 2020년, 통합 부서 제도가 도입되면서 계산을 하던 직원이 식품 진열이나 물류 배치 등 익숙치 않은 업무에 투입되는 등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시설 투자를 줄이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요인들이 사실상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경영능력을 의심케 하는 과거 투자 실패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인수한 기술중심 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인수 7년 만에 법정관리에 이르게 한 후 헐값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영화엔지니어링은 MBK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기술력 우수기업이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42%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158억원이던 매출이 2008년 2,6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특히 초고층 건물과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MBK에 인수된 이후 회사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업황 문제도 있었지만, MBK의 경영 통제 아래 기술력 강화를 통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 대신 투자금 배당 및 회수를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인수 5년째인 2013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기록한 영화엔지니어링은 2014년 3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자율협약 체결 이후 회사는 임직원의 70%가량을 감원했다. 2015년엔 매출이 838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 348억원을 기록하며 결국 2016년 3월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 이르렀다. 이후 2017년 회사를 496억원에 매각되며 MBK의 기술기업 투자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 등 사모펀드 인수 이후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불가피하고, 이후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단기 실적과 비용 절감에 매몰되고 엑시트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기업을 장기적으로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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