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내수 부진에 청년층이 자산과 소득 형성 양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화한 고금리에 청년층이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20·30대 주택소유자는 2022년과 비교해 8만명 이상 감소했다. 60·70대에서 주택 소유자가 1년 새 25만명 이상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내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청년층은 최근 ‘고용한파’도 겪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월평균 판매종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명 줄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청년층(15~29세)이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주택 소유자는 1561만8000명으로 2022년(1530만9000명)보다 30만9000명(2.0%) 늘었다.
주택소유자를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전체의 393만8000명으로 전체의 25.2%로 가장 많았고, 60대(22.8%), 40대(21.2%), 70대(12.0%), 30대(9.5%) 순이었다.
증감 현황을 연령별로 보면 20·30세대는 주택 소유가 줄고 60·70대는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30세 미만 주택소유자는 지난해 25만2000명으로 2022년(27만4000명)보다 2만2000명 줄었다. 30세 미만 주택소유자는 2019년 25만명에서 2020년 26만5000명, 2021년 29만1000명까지 늘었지만 최근 2년 연속 감소했다. 30대 주택소유자 역시 2021년 164만7000명에서 2022년 154만1000명으로 준 데 이어 지난해 148만명으로 감소했다. 1년 새 20·30세대에서 주택소유자가 8만3000명 준 것이다. 반면 60대 주택소유자는 2022년 338만6000명에서 2023년 355만4000명으로 16만8000명 증가했고, 70대 주택소유자도 같은 기간 179만5000명에서 188만명으로 8만5000명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20·30세대의) 주택 매매가 활발하지 않았다”면서 “금리가 낮고 대출이 쉽다면 (청년층에서)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신규 진입이 생길 텐데 2023년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산 뿐 아니라 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고용시장에서도 청년층은 최근 고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수 부진 여파로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명 줄었다. 이는 7차 표준직업분류 기준이 적용된 2013년 이후 1~10월 기준 2020년(-12만7000명), 2021년(-13만2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판매직 감소는 주로 청년층에 타격을 주고 있다. 올해 줄어든 판매직 11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000명이 15~29세 청년층이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매판매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판매직 외에 다른 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년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후반의 고용률은 9월과 10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0.5%포인트 하락했고,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5만2000명 늘었다.
문제는 내년 고용시장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증가폭 감소와 내수 회복세 지연으로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14만명으로 전망해 8월(16만명)보다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 일자리는 서비스업 등 내수산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많은데 내수가 최근 안 좋으니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도 잘 생기지 않고 있다”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노동시장이 고령화되면서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측면이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하고,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 직업훈련이나 재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추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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