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빠진 ‘노동부’? 어려운 외부 노동시장도 챙겨야

2025-08-19

“공식 약칭을 고용부로 할지, 노동부로 바꿀지 검토하겠다”(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고용노동부의 공식 약칭은 ‘고용부’. 그러나 김영훈 장관 취임 후 보도자료에선 ‘노동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약칭이 변경된 거냐는 의문이 많았는데, 이를 권 차관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화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과거 ‘노동부’로 불렸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고용정책 총괄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고용노동부’라는 명칭을 도입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당시 조대엽 장관 후보자가 “노동부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했지만, 낙마와 함께 흐지부지된 전례도 있다.

유독 고용노동부에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것은, 고용과 노동이 서로 다른 시선을 담은 정책 목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용은 청년 등 비취업자, 즉 외부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노동은 일자리의 질과 근로환경 등 이미 취업한 사람들의 내부 노동시장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이 강조될 때는 고용부로, 노사 문제 해결이 중시될 때는 노동부로 불리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부’ 명칭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이름 변경에 힘을 싣는다.

이번 호칭 논란은 새 정부의 정체성과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실제로 약칭에서 ‘고용’이 사라지는 것처럼 정책에서도 고용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과제를 보면 고용노동부의 6개 핵심 과제 가운데 고용 관련 항목은 ‘통합과 성장의 혁신적 일자리 정책’ 1건 정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실천과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초단시간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 ▶6개월 이상 재직자에 대한 연차휴가 부여 등 내부 시장 강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한 전문가는 “청년 정책 등 고용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시점인데, 새로운 내용도 없고 고용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비취업자가 외부에서 내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쉬었음’ 상태의 청년이 40만명에 달하고,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일자리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과 노동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년연장은 내부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고령 근로자와 진입하려는 청년층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노란봉투법 또한 해고·노조 활동 등에서 이미 고용된 내부시장과, 그 여파로 채용 기회가 제약될 수 있는 외부시장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이름이 어떻게 바뀌든 ‘고용’ 역시 고용노동부가 피할 수 없는 책무다. 불가분의 관계인 고용과 노동에서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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