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을 시사한 후 일중 관계가 급속히 냉각했다.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된 데 이어 중국 해경이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일본 어선을 몰아내기까지 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열도의 국유화를 선언해 야기된 격렬했던 일중 분쟁을 재연하는 듯하다. 일본은 자구책의 하나로 미국과 똘똘 뭉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를 핵심으로 아시아를 또 떠나는 ‘제2의 탈아입구(脫亞入歐, 실제는 脫亞入美)’가 가능할 것인가.
2006년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자 제2의 메이지유신이 정계의 담론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사회·국가 체제를 메이지유신에 버금가게 근본적으로 대변혁시키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일본 언론계는 메이지유신의 상징적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를 재조명했다. 공영방송 NHK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말 ‘언덕 위의 구름’이라는 3부작 대하 드라마를 방영했다. 메이지유신의 개혁을 주도한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 등이 주인공이다.
메이지유신에 나섰던 때는 산업화 정도에 따라 국가의 서열이 정해져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도 농경 사회의 성공에 도취해 산업화를 도외시한 채 낙후돼 있었다. 산업화 핵심 국가들은 전부 구미 국가들이었다. 메이지유신의 화두는 결국 유럽과 미국 베끼기다. 부국강병의 연장선상에서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국가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구미 학습 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일본이 아시아를 떠난 가장 커다란 이유는 후발이지만 산업화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은 구미 국가의 일원이 돼 식민지화에도 동참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자체의 선진 산업화를 통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제패하겠다는 청사진 아래 한반도와 만주를 병합한 다음 중국 및 동남아시아마저 관할권으로 넣으려고 시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이라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한때 ‘세계 일등 국가 일본’이라는 구호가 만연했을 정도로 일본색이 세계를 판쳤다. 1985년 미국 주도의 플라자합의와 1978년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이 2010년대에 엄청난 성과를 보임으로써 그 기세는 꺾이기 시작한다.
지금 일본의 국가 목표는 패전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국가로 복귀하면서 선진 국가를 지속하는 것이다. 구미권으로 편입된다면 대우도 받으면서 미국을 뒷배로 1등에 버금갈 수 있다는 생각이 일부 있는 것 아닐까. 지금은 전통적 산업화 시기와는 판연히 다르다. 인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돌파해 세계적 초과 공급에 처해 있다. 물론 국가 간 편차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세기적 디지털화가 진전되고 있다. 그 핵심은 네트워크(관계망)의 확산이다. 네트워크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를 대부분 좌우한다. 네트워크의 핵심에는 동일 언어권 인구 규모가 결정적이다.
언어권에 따른 인구 분포는 만다린(표준 중국어권) 9억 1800만 명, 스페인어 4억 6000만 명, 영어 3억 7900만 명, 힌디어 3억 4100만 명 등이다. 일본어는 1억 2800만 명이다. 일본은 아직도 한자를 사용하고 있어 중국 내 네트워크를 쉽게 확장할 기반은 있다. 만다린이 포함된 한자권 인구는 10억 명을 훨씬 초과한다. 한자권은 독특한 유교 문화권에다 인종적으로도 유사하다. 구미는 언어적으로 상이해 네트워크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달러 환산 중국 경제력이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자국 통화 기준으로는 4%대 성장은 지속하고 있다. 중국처럼 1인당 GDP 1만 달러대에서 평균 성장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분석도 있다. 달러에 대한 신뢰도도 예전 같지 않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역설적으로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 출장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미국 내 생활물가지수가 급등했다는 반응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앞으로 미중 경쟁이 어찌 귀결될지는 모른다. 일본이 중국과 영원히 척지는 것은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일본의 고뇌가 커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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