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다가온 젠 AI 시대, 바꿔야 할 우리 교육

2024-10-04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지난 50여년 동안 떠오르는 기술로 세상을 바꿔온 사람들이다. 이 변화의 선봉에 선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대부분 기술 창업자이거나 이런 창업자들과 긴밀하게 일했던 핵심 임원이었다. 이들은 세상의 변화를 몸소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에 대한 확신을 갖고 혁신에 투자해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키워왔다.

1972년 스탠퍼드 대학 북쪽의 샌드힐 로드에서 실리콘밸리 최초의 벤처캐피털(VC) ‘클라이너 퍼킨스’와 ‘세콰이어 캐피털’을 각각 창업한 유진 클라이너와 돈 발렌타인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클라이너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엄 쇼클리가 세운 최초의 반도체 회사를 뛰쳐나와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공동창업한 8명의 쇼클리 배반자 중 한 사람이었다. 돈 발렌타인은 이 페어차일드와, 그 후에 생긴 내셔널 반도체의 임원으로 세상에 처음 나온 반도체의 세일즈와 마케팅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또한 클라이너가 공동창업자로 끌어들인 퍼킨스는 계측기 기업 HP에서 컴퓨터 사업을 시작한 선구자였다.

10년후 기업 지금과 완전히 달라

젠AI 에이전트가 사람 업무 대체

일자리 변화에 인재 교육 달라져야

창의성과 도전적 실험정신 키워야

클라이너 퍼킨스와 세콰이어 캐피털 외에도 인터넷,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붐을 거치면서 수많은 성공한 기술창업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축적한 경험과 돈이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AI 시대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세계적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로마 시대에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이 전세계가 AI 혁신 자본주의의 진앙지 실리콘밸리로 연결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는 52년의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역사에서 15년밖에 되지 않는 VC이지만 운영자산(AUM) 규모는 430억 달러로 세콰이어 캐피털 다음이다. a16z의 급성장은 실리콘밸리 선순환 구조에 의한 혁신이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16z을 공동창업한 안드레센은 웹 브라우저를 처음 만들어 실리콘 그래픽스(SGI) 창업자 짐 클라크와 넷스케이프를 공동창업한 인터넷 선구자다. 호로위츠는 SGI에서 일하다 넷스케이프 임원으로 옮겨 일하다 넷스케이프가 AOL에 인수된 후 안드레센과 라우드클라우드를 공동 창업해 CEO를 맡았다. 이후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고 HP에 인수시켰다. 라우드클라우드를 창업할 때 넷스케이프에서 함께 일했던 엔지니어 이인식과 하우즈(Howes)가 함께 했다. 내가 실리콘밸리에 ‘트랜잭트 인 메모리’를 창업할 때 나를 도왔던 이인식은 이후 엔터프라이즈 SW에 특화된 부티크 벤처캐피털 ‘버텍스 벤처스 US’를 공동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VC들은 젠(생성형) AI와 젠 AI를 로봇에 적용하는 휴머노이드 기술을 젠 AI 이전의 기술적 패러다임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의 변화를 세상에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오픈 AI의 챗GPT 같은 LLM 파운데이션 모델이 세상의 방대한 지식을 담은 AI 운영 시스템(OS)이라면, 이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해 담는 그릇이다.

세계적으로 젠 AI에 의한 일자리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젠 AI가 자리잡게 되는 10년후쯤이면 기업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기업이 사람과 AI 에이전트와 휴머노이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진화하게 되면 조직은 지금보다 더 수평화되고 기업 경영에서 사일로에 의한 폐단과 비효율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수 있는 업무의 예가 기업에서 각종 규정과 규제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준법 관리(compliance) 업무이다. 이달초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이런 준법 관리 업무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화이트 칼라 업무중의 하나로 꼽힌다.

기업 업무의 AI 에이전트 개발을 쉽게 해주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오픈 AI 이사회 의장인 브렛 테일러가 공동 창업한 시에라 AI가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브렛 테일러는 닷컴 버블이 꺼진 후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구글에 입사해 구글 맵의 초기 버전을 개발했다. 이후 소셜 네트워크 스타트업을 창업해 페이스북에 인수시킨 후 페이스북의 CTO를 역임했다. 그 이후 다시 창업한 스타트업을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기업 세일즈포스에 인수시킨 후 이 회사의 공동 CEO를 맡았던 연쇄 창업자이다. 그는 이 엔터프라이즈 SW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에라 AI를 창업했다. 올해초 10억 달러 가치로 8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도됐다.

젠 AI로 일자리가 변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국가는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할 것인가? 기계가 교과서의 지식을 섭렵한 시대에 수학, 과학, 언어, 역사의 기본 교육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사고력, 창의성, 도전적 실험 정신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교육의 내용을 획일적으로 정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대한민국이 빠른 추격자로 성장할 때는 효과적이었지만 그 효용가치는 젠 AI 시대와 맞지 않는다.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교육을 오픈 소스로 만들어가는 발상의 전환을 시작할 때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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