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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필리조선소가 한미(韓美) 양국 간 조선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발의한 마크켈리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했다.
켈리 의원은 미 해군 항공모함 전투기 조종사,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걸프전 참전 등의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미국의 군사·항공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18대 미국 의회에선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 발의를 주도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재화의 단 2%만이 미국 선적 상선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10년 내 전략상선단을 250척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의 해상 운송 역량을 강화하고 유사시 이들 상선을 군수 물자 운송에 투입되는 전략 상선단으로 활용해 해상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 법안은 당시 의회 종료로 폐기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의 협력 발언에 더해 국내 조선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먼저 요청하기도 했다.
켈리 의원 또한 선박법을 119대 의회에 재발의하기 전 현장 실사 차원에서 이날 한화 필리조선소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법이 통과될 경우 1997년 이후 미국 대형 상선의 절반을 공급해 온 필리조선소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필리조선소는 지난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1억 달러(당시 약 1380억원)를 투자해 지분 100%를 인수한 국내 조선업 최초의 미국 현지 조선소다. 도크는 미국 최대 규모인 330m(길이), 45m(너비) 2개가 있다. 주로 건조하던 선박은 중형(MR) 탱커, 소형 컨테이너선 등 중소형 상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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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의원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 조선업의 재건이 단순한 해군 함정 건조에 국한되는 것이라, 상선 건조 및 공급망 형성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켈리 의원은 "(이를 위해)한국, 특히 한화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의 상선 건조 역량은 전체 수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반면 한국 조선업은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미국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화그룹 또한 대형 선박 위주로 건조하던 한화오션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필리조선소를 적극 활용하겠단 방침이다. 특히 연 20조원으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건조까지 사업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필리조선소의 역할론이 함께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한미 조선업 협력에 강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어 한화가 양국 협력 관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최근 미 해군 함정 MRO, 건조를 위한 자격 획득을 위해 필리조선소의 시설인증보안(FCL)을 획득하는 내용이 담긴 중장기 전략에 돌입했다. FCL을 획득해야 해군 MRO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을 목표로 MRO 사업 수주를 따내겠단 목표다. 켈리 의원은 "미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의 도약"이라며 "필리조선소가 그 중심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사장은 "현재 미국 조선업은 공급망 불안정, 숙련된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필리조선소가 이를 해결하고 미국 조선업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