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분쟁으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가량이 경유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충돌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자정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라크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유조선 프런트 이글호가 또 다른 유조선 애덜린 호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등이 18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프런트 이글호는 사고 직전 잘못된 위치 신호를 송출하는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고 한다. 이후 남쪽으로 향하던 프런트 이글호는 갑자기 선박의 방향을 좌현으로 틀면서 소형 유조선 애덜린 호의 후미를 충격했다. 충돌로 애덜린 호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기름 유출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공교롭게도 애덜린 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국제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로 지목한 선박이었다.
지난 13일부터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주변엔 GPS 교란이 심해지고 있다. GPS상의 선박 위치가 육상으로 뜨거나, 수백 척의 선박이 같은 지점에 겹쳐 보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오가는 요충지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합동해양정보센터(JMIC)는 “이번 충돌 사고의 원인이 된 GPS 교란의 원인이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 항구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2019년 미국과 긴장 고조시 해협 인근의 선박을 공격하거나 나포한 전력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를 위태롭게 하는 회색지대 전술(군사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저강도 도발)을 이란이 구사할 가능성은 미 해군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이란은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사고 선박의 선원들을 구조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해양경비대는 “현재 지역 분쟁과는 관련 없는 사고”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단시일 내에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선박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 선주단체인 빔코(BIMCO)의 야코프 라르센 홍보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완만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도적으로 GPS 교란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군사 충돌 과정에서 GPS 이상 현상 등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GPS 교란시 육안과 레이더를 통해 항해를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