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데브롤 주한영국문화원장이 말하는 ‘영어 잘하는 법’이다. 영어가 모국어인 영국에서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법을 배우고, 어휘를 암기하는 ‘학습’이 아니라, 실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는 얘기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하 영유)과 유명 영어학원 입학을 위해 ‘4세 고시’ ‘7세 고시’까지 등장한 한국의 현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데브롤 원장은 영국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4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영어를 가르쳐 왔다. 대학교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근무하던 그는 1997년부터 영국문화원으로 옮겨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중국·인도에서 영어 교육과 평가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 그는 2016년부터 원장직을 맡았다. 말레이시아·미얀마 주재 영국문화원장을 거쳐 지난 7월 한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국문화원은 영국 정부가 설립한 국제문화교류 기관이다. 영국과 세계 각국의 관계 증진을 목표로 영어 교육과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73년 문을 열었고, 현재 서울 서초·중구 등 4곳에서 학생·성인 대상 어학원을 운영 중이다. 가격 대비 질 높은 교육이 이뤄져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6세부터 다닐 수 있는데, 어린이·청소년 원생만 2000명이 넘는다. 방학 때는 왕복 2시간 거리를 오가는 학생도 많다. 올해는 양육자 요청으로 6~7세 대상 종일반 수업도 개설했다. 양육자들은 왜 영국문화원을 선호할까? 이곳의 영어 교육 원칙은 뭘까? 지난달 22일 데브롤 원장을 만나 물었다.
Intro. 영어는 ‘습득’하는 것
Part1.자신감: 영어는 기세다
Part2.언어 감각: 놀이도 공부다
Part3.전인교육: 지·덕·체를 키운다
원칙①자신감: 영어는 기세다
데브롤 원장에 따르면, 인도·말레이시아의 영어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다. 만 3세부터 영유를 보내는 건 기본이고, 영어 몰입교육을 위해 국제학교 진학도 마다 않는다. 하지만 학습 결과는 달랐다. 인도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영문 서적을 많이 출간하는 나라지만, 한국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영어울렁증을 호소한다는 조사도 있다. 말레이시아 학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로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외국인 앞에서 얼어붙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뭘까? 데브롤 원장은 “영어를 너무 잘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어 실력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문제인 걸까요?
영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영어를 왜 배우는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데요. 두 나라는 영어 시험 점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일상에서 쓰는 영어를 강조하죠. 배움의 목적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순 없습니다. 문화가 다르니까요.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영어를 제2 공용어 수준으로 사용하니 실용성을 강조하고, 한국과 중국은 영어를 주로 교실에서 접하니, 성적을 우선할 수밖에요. 그런데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잖아요. 높은 완성도에 집착하면 영어 느는 속도가 느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