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연구
대한민국 ‘히든카드’ K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만만합니다. 상호관세에 자동차·반도체 품목 관세까지, 연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터뜨립니다. ‘관세 내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아쉬운 소리를 하는 산업이 딱 하나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1위로 꼽히는 조선업(shipbuilding)입니다.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에서도 조선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미국의 선박 수출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K조선에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한국의 조선은 짧은 기간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목선(木船)이나 겨우 만들었지만, 지금은 첨단 기술이 탑재된 특수 선박까지 척척 만들어냅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조선 강국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K조선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새로운 기회로 한번 더 도약을 준비하는 K조선, 그동안 걸어 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The JoongAng Plus ‘K조선 연구’에서 들려드립니다.

“What the hell is that?”
1998년 6월의 어느 날, 거제시 옥포만의 대우조선소. 헬기에서 막 내린 거구의 50대 백인 사업가가 소리쳤다. 우렁찬 목소리는 프로펠러 소음을 거뜬히 뚫을 만큼 쩌렁쩌렁했다. 그의 손끝이 가리킨 곳에는 높이 100m의 초대형 크레인이 버티고 있었다. 대우조선소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골리앗 크레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가의 표정이 벌겋게 상기됐다.
이날 조선소를 찾은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시 그는 세계적인 부동산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트럼프사(The Trump Organization)의 회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대우그룹 초청으로 나흘 동안 방한해 주요 사업장을 살펴봤다. 당시 스물 한 살이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배우 출신인 당시 부인 말라 메이플스도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