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주지사 위협하는 ‘제2의 버니 샌더스’

2025-06-15

미국 정치인 조란 맘다니가 한국 언론(미주 한국 언론 포함)에 등장한 건 진보 성향 미국 유대인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VP)가 2023년 11월6일(현지시간)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휴전 요구 농성을 벌였을 때다. 뉴욕주 하원의원(36 선거구, 퀸스)인 그는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 문제를 지적했다.

2024년 12월 뉴욕대와 컬럼비아대에 대한 재산세 면세 혜택 종료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놨을 때도 한국 언론에 이름이 나왔다. 그는 “두 대학은 부동산업체처럼 기능한다”며 “(두 대학이) 뉴욕 노동자 계급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했다. 법안은 면세 종료로 확보한 세수를 뉴욕시립대에 재투자하는 공교육 지원 방안도 담았다.

2025년 3월30일엔 일론 머스크 주도의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예산 축소 등 정책에 항의하는 ‘타도 테슬라’ 뉴욕 맨해튼 시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 부자가 미국 대통령을 매수했다”고 말했다. 5월 2일엔 뉴욕 시내 아파트 렌트비 동결 요구를 한 민주당 뉴욕시장 예비후보 명단에서도 맘다니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선 맘다니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아직은 이슈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일 뿐이다. 6월24일 민주당 뉴욕시장 예비선거 전후로 맘다니 보도 빈도는 높아지고, 비중도 커질 듯하다. 지난 11일 맘다니가 공공정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5%로 전 뉴욕주 지사인 앤드루 쿠오모(31%)를 처음으로 앞섰다는 보도(폴리티코)가 나왔기 때문이다. 쿠오모는 전현직 보좌관 등 여성 11명을 성추행한 혐의가 제기되자 2021년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영미 언론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2위로 오른 시점부터 맘다니를 주목했다. 정치인이나 평론가 사이에선 “성추행 쿠오모의 확실한 대안”부터 “단연코 가장 재능 있는 후보”에 “제2의 버니 샌더스”라는 상찬이 나온다.

맘다니는 1991년생으로 올해 33세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도계 우간다 출신이자 컬럼비아대 인류학과 교수 마흐무드 맘다니, 엄마는 인도계 영화감독 미라 나이르다. 가족은 맘다니가 일곱 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브롱크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우도인 대학에 들어갔다. 2014년엔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연합’ 학내 지부를 공동 창립했다.

아프리카 연구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맘다니는 시아파 무슬림이다. 무슬림 정체성과 힌두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힙합 팬인 그는 2019년 미스터 카 다몬이라는 예명으로 싱글 ‘나니’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여러 후보 선거 캠페인에 참여한다. 2017년 ‘미국의 민주적 사회주의자(The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SA)’ 그룹에 참여했다. 2019년 주택 개혁, 경찰과 교도소 개혁, 시설 공공 소유 등을 내세우며 자신의 하원의원 선서 캠페인에 나선다. 2021년 하원의원에 뽑혔다.

맘다니는 이번 뉴욕시장 선거 캠페인을 두고 “이웃의 존엄성을 믿는 사람들, 행정부 임무가 실제로 우리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믿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책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는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이지만, 그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면서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아파트 세입자를 위한 임대료 즉시 동결’ ‘난방 부실, 세입자 방치 등 악덕 집주인 단속’ ‘무상 버스 전면 실시’ ‘총기·혐오 폭력 예방 담당 공동체 안전 부서 신설’ ‘생후 6주~5세 무상 보육 및 보육교사 임금 인상’ ‘시립 식료품점 네트워크 구축’ ‘임대료 안정형 조합 주택 20만채 건설’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들은 공공 소유 확대가 골자다. 이 공약으로 자본주의 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한다. ‘뉴욕시 예산의 0.5% 도서관 투입’ ‘도시 전체의 탈탄소화 및 기후 복원’ ‘성소수자 문제 전담 사무국 신설과 보호 서비스 확대’ 등도 내놓았다.

성소수자와 이주자 보호 공약은 선거 슬로건 ‘Trump-Proofing NYC(트럼프 방지 뉴욕)’와도 이어진다. 트럼프 행정부나 트럼프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슬로건이다. 만다니는 “뉴욕시를 성소수자 보호 도시로 만들고 재생산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시 모든 시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철수시키고, 모든 협력을 중단하겠다. 이주자 뉴요커들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맘다니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최악의 악몽이 나”라는 말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젊은층 공략, 거리 인터뷰, 자원봉사자 2만여명의 온오프 활동 등을 인기 요소로 꼽는다. 맘다니는 거리에서 정치와 정책을 두고 직접 시민들을 인터뷰하며 자신을 알린다. 무상 버스 공약이나 유권자 등록 절차 정보 등에 관한 동영상을 여러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올린다. 양복을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드는 퍼포먼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지 언론은 같은 뉴욕주 하원의원이자 DSA 멤버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지지 선언도 지지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고 본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지난 5일 지지 선언 이후 맘다니 유세에도 참여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맘다니의 정치 경험 부족, 무상 공약 재원 문제 등을 두고 ‘비현실적 이상주의자’라고 지적한다. 쿠오모도 이 점을 공략하려 한다. 뉴욕타임스는 쿠오모가 맘다니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는 채 ‘극좌파 대항’을 선거운동 방향으로 잡았다고 지난 3월 보도했다. 맘다니가 이스라엘을 비판해온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뉴욕은 이스라엘 외 지역 중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가디언은 지난 4월 중도 성향 민주당원인 쿠오모가 반유대주의를 이번 선거 이슈로 부각하려 총력을 기울인다고 보도했다.

맘다니는 가장 최근 여론조사 하나를 빼고는 모두 쿠오모에게 뒤졌다. 맘다니가 지지율 격차를 줄여나가는 흐름은 뚜렷하다. 24일 예비선거에서 맘다니가 쿠오모에게 대역전을 할지가 현지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예비선거 승패와 관계 없이 맘다니의 선전을 트럼프 등장으로 역행하고, 쇠퇴한 미국 민주주의와 공공의 부활 신호탄으로 연결해보려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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