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다” 췌장염·위마비·망막·신장 부작용 400건 접수…보건당국 조사 착수 [수민이가 궁금해요]

2025-06-28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위고비를 포함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자들 사이에서 급성 췌장염 발생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건당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투약한 이들이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의약품 및 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급성 췌장염 간 연관관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영국에서 위고비, 오젬픽(세마글루티드), 젭바운드·마운자로(티르제파티드), 삭센다(리라글루티드) 등 GLP-1 계열 치료제를 투약한 뒤 췌장염 증상을 호소한 사례가 400건에 달하면서 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 중 전체의 약 4분의 1 이상은 올해 보고된 사례다.

췌장은 위 뒤쪽에 위치해 소화를 돕는다. 급성 췌장염은 복부 통증, 구토, 발열 등을 동반하는 췌장의 급성 염증으로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MHRA가 밝힌 GLP-1 계열 약물은 위고비·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다. 전체 보고 건 중 181건은 마운자로·젭바운드와 관련 있었다.

MHRA는 급성 췌장염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유전적 요인이 있는지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현재까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먹은 환자들의 유전적 요인과 췌장염 발생 간 연관성은 확인된 바 없다.

국내에서도 위고비를 투약한 방송인들이 이 같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드물게 급성 췌장염, 위마비, 망막·신장 병변 가능성도 보고됐다.

비만 치료제 개발사들도 이번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마운자로를 만든 미국의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측은 “급성 췌장염은 흔치 않은 부작용”이라며 “기존 질환을 포함한 다른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위고비와 오젬픽을 생산하는 덴마크의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 또한 “위고비와 오젬픽도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환자마다 차이가 있다”며 “환자들은 (의료진 등의) 승인 하에서만 약을 사용해야 하며 부작용에 대해서도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줄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부작용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과 영국 규제 당국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의 ‘시력 상실 위험’과 ‘경구피임약 효과 저하 가능성’을 발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달 초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 감시 위해평가위원회(PRAC)는 위고비, 오젬픽, 라이벨서스에 포함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이 시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일으킬 수 있으며 복용자 1만명 중 1명꼴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녹내장 다음으로 시신경 손상 실명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에서는 피임 실패 관련 우려가 나왔다. 영국 MHRA은 GLP-1 계열 의약품이 경구피임약의 효과를 저하시켜 임신한 사례가 40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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