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의 전처가 31년 만에 입을 열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다큐멘터리 ‘괴물의 시간’ 2부에서는 이춘재의 전처 이모 씨가 출연해 자신이 겪은 결혼생활과 그 후의 삶을 털어놨다.
이 씨는 1992년 4월, 화성 10차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1년 뒤 이춘재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낮에는 수줍은 남편이었지만 밤만 되면 악마로 변했다”며 “나와 두 살배기 아들까지 감금하고 폭행했다. 결국 1993년 12월,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탈출 한 달 뒤인 1994년 1월 13일, 이춘재는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아내의 여동생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미리 준비해둔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 범행으로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씨는 “가족들도 나를 원망한다. ‘네가 그 사람을 만나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며 “나도 그 사람만 안 만났다면 평범하고 예쁘게 살았을 것이다.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고 울먹였다.
이어 “한때 ‘나는 왜 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경찰은 ‘아이 엄마라서 살려둔 것 같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건설회사 직원이었고 그 사람은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새벽마다 출근하는 모습이 성실해 보였다. 손이 고와서 나쁜 인상도 없었다. 출소 직후라는 건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제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미혼모 시설을 알아보겠다고 했더니 (이춘재가) 안 된다며 화성 집으로 데려갔다”며 “그가 어머니에게 ‘결혼할 거다. 내가 직장을 구할 테니 얘가 지낼 데가 없다’고 말하자 어머니가 그대로 주저앉으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씨는 “억울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지금 와서 뭐가 달라지겠나. 동생이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닌데”라며 허탈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편,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성폭행·살해된 대한민국 최악의 미제 사건이었다. 이춘재는 이후 추가 조사에서 1986년부터 1994년까지 화성과 청주 등지에서 살인 15건, 강간 및 미수 34건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으며 2019년 DNA 재감정을 통해 33년 만에 진범으로 특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