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제강지주, 트럼프 '친 석유, 반 풍력' 정책에 희비 공존

2025-03-09

세아제강지주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엇갈린 희비를 보이고 있다. 북미 석유 및 가스 개발이 확대돼 큰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해상풍력 산업 위축으로 자회사 세아윈드의 성장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데이터뉴스가 세아제강지주의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5.7%, 영업이익이 6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미 에너지용 강관 판가 하락 및 전방산업인 국내 건설업 불황의 영향이다. 2022년까지 이어지던 매출 성장세는 꺾여 감소 추세에 있고, 영업이익도 2021년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실적 하락에도 세아제강지주는 올해 업사이클에 진입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독립 정책과 시추 활동 확대에 따라 올해 북미 에너지용 강관 제품 수요 증가가 예상돼 세아제강지주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자주 언급할 만큼 미국의 석유와 가스 시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추관의 경우 송유관보다 가격이 비싸며 교체 주기가 짧아 수익성이 높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미국의 에너지 생산이 늘어나는 경우, 수요 확대에 따라 강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미국 내 열연 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로,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수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알레스카에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의 참여를 촉구한 것도 세아제강지주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고 있다. 알레스카 사업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진행 시 국내 강관업계 점유율 1위인 세아제강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정책이 세아제강지주에 우호적이지 않다. 세아제강지주는 2021년 영국 법인 세아윈드를 설립하고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 풍력 발전을 강하게 비판하며 끝내겠다고 엄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월 20일 흉한(ugly) 풍력 터빈이 주변을 망친다며,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 관할의 풍력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임대·대출을 중단시켰다. 또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복귀에 해상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해상 풍력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한편, 세아윈드는 3억 파운드(약 4680억 원)를 투자해 영국 티사이드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모노파일(강관) 공장을 건설했으며, 3월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모노파일은 30m 이내의 얕은 수심에서 주로 사용되며, 원통형 기둥 형태의 하부구조물을 의미한다. 또 제작과 설치가 용이하고 저렴한 유지비 덕분에 전 세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의 76%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세아윈드는 영국 정부에서 주도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주로 영위하고 있어 북미 해상풍력 시장 위축에 의한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기존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시장까지 확장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세아윈드는 지난 2022년 9월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가 영국 요크셔 해안에 짓는 해상풍력발전단지에 3억6400만 파운드 규모의 모노파일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2023년 12월에는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 바텐폴이 영국 남동부 해안에 조성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에 9억 파운드 규모의 모노파일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낸 바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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