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BO리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이 선수를 빼 놓을 수 없다.
롯데 황성빈(27)은 2024시즌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2020년 프로 무대에 입문한 황성빈은 2024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1군 경기인 125경기를 소화했다. 타율 0.320 4홈런 26타점 10도루 94득점 등 타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야구 외적으로도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그는 3월26일 KIA전에서 1루로 출루한 뒤 KIA 선발 양현종을 바라보면서 뛸까 말까 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도발했다. 양현종은 인상을 썼고, 팬들 사이에서도 ‘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음 날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해당 동작을 금지시켰다.
황성빈은 당시 일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올스타전에 출전해 배달 기사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베스트 퍼포먼스’ 상까지 받았다. ‘마성의 황성빈’을 줄인 말인 ‘마황’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황성빈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되는 마무리 캠프에서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황성빈은 전화통화에서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었다.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부분들을 비시즌 동안 공부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돌이켜보니 많은 순간들이 생각이 난다. 황성빈 역시 올스타전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올스타전을 처음으로 나가봤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지난 6월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도 잊을 수 없다. 이날 롯데가 역전에 역전을 반복한 끝에 장장 4시간 55분 동안 벌어진 혈투에서 9-8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당시 황성빈은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등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황성빈은 “다 쏟아부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라고 돌이켜봤다.
시즌을 전반적으로 보면 걱정이 많았다. 황성빈은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았는데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재미있게 한 시즌을 했다”라고 기억했다.
무엇보다 많은 기회를 얻어 그라운드에 오래 뛸 수 있었던 점이 소득이었다. 황성빈은 “김태형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라며 “또한 임훈 타격 코치님이 틀을 많이 깨줬다. 피드백을 주시면서 내가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도와주셨다. 덕분에 타격에서도 심플하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수비에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황성빈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올해 기록된 실책은 4개이지만 임팩트가 큰 장면들이 많았다. 8월21일 KIA전에서는 역전패의 빌미를 준 수비 실수를 저지르는 등 후반부에 실수가 잦았다. 김태형 감독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황성빈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좋은 부분이 있지만 가끔은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실수로 이어지는 모습에 대해 종종 지적하곤 했다. 황성빈도 “내년에는 수비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수에서 모두 보완해 좀 더 팀이 많은 득점을 내는데 기여하고픈 마음이 크다. 그는 “내가 타석 수(406타석) 대비 득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팀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올시즌 1번 타자로 가장 많은 타수를 소화한 황성빈이 자주 득점을 올린다는 건 그만큼 팀 타격이 원활하다는 뜻이다. 일단 출루하면 득점을 위해 홈까지 달려갈 각오가 되어 있다.
황성빈은 또 가을야구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다. 올시즌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정규시즌 144경기만 한 것”이라고 꼽은 그는 “만약 단기전을 치르게 된다면 정말 자신이 있다.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11월 이후에는 비활동기간에 접어든다. 소래고등학교 출신인 황성빈은 고교 후배들과 함께 제주도에 가서 몸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 “배고픈 선수들이 많다. 야구에 대한 태도들이 다 좋다. 나도 초심을 찾고 내가 가진 데이터를 주면서 함께 몸을 만들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