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늘도 또 1명은… 퇴근하지 못했다 [심층기획-'산재 전쟁 한 달' 긴급진단]

2025-09-01

李 선포 이후에도 최소 37명 사망

경영계에 ‘경각심’ 일깨웠다지만

문제 해결하기엔 ‘뿌리’ 너무 깊어

전문가 “중장기적 대책 추진해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9일 최초로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한 건설사에서 반복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질타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근절되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업현장 규정 위반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상당 기간 지나도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정부의 ‘산재와의 전쟁’ 선포가 생중계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그사이 이 대통령이 거론한 건설사 사업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고, 다음 날 사장이 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청도 열차사고가 나자 코레일 사장이 이틀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의 으름장이 경영계에 경각심을 제고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안전경영 원칙을 위반한 중대재해에 책임이 있는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재 문제는 정부 ‘경고’나 경영계 ‘주의’만으로 개선하기엔 그 ‘뿌리’가 너무나 깊고 복잡하다.

1일 세계일보가 노동부 출입기자단 알림·중대재해 사이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망사고 속보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산재와의 전쟁’ 선포 후 확인되는 산재 사망자 수만 해도 37명에 달한다. 산재와의 전쟁 기간에도 최소 하루 1명 이상이 일하러 갔다가 사고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추후 공식 통계에는 누락된 사고가 반영되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산재 사망이 잇따르는 데 대해 “한 달 지났는데 효과가 없다는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한 달 안에 (효과가) 나타나면 그건 비정상”이라며 “몇 가지 대책으로 고치기 어렵다. 새로운 형태의 산재가 다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이 기세를 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하거나 기업 처벌 강화에만 방점을 찍어선 산재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 올해 노동부가 외부에 공개한 산재 관련 압수수색 총 14건 중 78.6%(11건)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진행됐을 정도로 강제수사 등 기업을 향한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외부에 알린 압수수색은 2건뿐이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당장 몸 사리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산재가 줄어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범부처 단위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같은 급의 기구를 설치해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도 이어질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환·이지민·채명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