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DSR 도입 앞두고 증여 급증, 규제 강화에 따른 '매매 절벽' 대비
- 내년 대선 이후 상속·증여세 오를 것이라는 우려 작용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증여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월 대비 18% 증가한 1,6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거래 절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증여 건수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였다. 특히 강남구의 증여 건수는 전체의 35%에 달하며, 평균 증여가는 약 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증여가 집중된 이유는 '거래 감소 장기화' 및 '내년 대선 이후 세법 개정 예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남 3구 증여 증가의 주요 원인, 대출 규제 및 정권 교체 예상
금융 전문가들은 강남3구 증여 증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강화된 금융 규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5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 상황에서도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차주의 대출 한도를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거래 절벽'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증여가 늘어난 것이다.
윤 정부에서 추진해온 상속·증여세 완화를 위한 세법 개정이 12.10일 국회에서 부결된 것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2.3 계엄사태와 더불어 상속·증여세 완화가 완전히 물건너 갔고, 내년 대선이 5월 경으로 예상됨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상속·증여세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과거 일부에서는 법적 한도 범위 내에서 자녀가 부모의 아파트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저가 매매' 방식을 택하기도 했지만, 아파트 매각 대금은 부모가 받게 되므로 이 돈을 다시 자녀에게 넘겨주려면 편법을 쓰거나 결국 세금을 내야하다보니 차라리 증여를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과거 고가 아파트 중심이던 증여가 최근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등 주요 부동산 시장에서 그나마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매물들마저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증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물 잠금'과 '비정상적 가격 유지' 우려
증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매물잠금'과 '비정상적 가격 유지'다.
매매 수요가 증여로 전환되면서 실거래 건수가 줄어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매물이 말라버리는 '매물 잠금 효과'가 일어나며, 실질적 거래는 일어나지 않지만 비정상적으로 매매 가격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증여는 세금 회피가 아니라 자산 관리의 전략이지만,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면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라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편법 사례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증여를 통한 시장 왜곡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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