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혈액암 발병자 추가 확인…“벤젠 노출 추정”

2025-06-19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전동차 정비업무를 담당하던 일부 노동자가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건강검진을 확대하는 등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1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한국방송통신대 산학협력단은 서울교통공사 혈액암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서울교통공사 의뢰로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6개월간 작업장 유해 요인과 혈액암 발병 인과 관계 등을 조사했다.

혈액암 발병 현장조사 연구용역…4438명 조사

산학협력단이 전동차 정비·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차량 직군 재직자·퇴직자·전직자 44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혈액암 발병자는 총 11명이었다. 이미 알려진 6명 외에 추가로 5명을 확인한 것이다.

백혈병(3명)·림프종(2명) 등 혈액암 추가 확인자 5명 중 2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발견한 기계직 혈액암 발병자 2명을 포함하면, 전체 혈액암 발병 직원은 총 13명이다.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혈액암 발병자는 수년 동안 운행한 전동차를 분해해 세척액으로 닦아내고 수선해 페인트칠까지 하는 정비업무와 전동차 부품·기계를 교체·수리하는 검수 업무 등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벤젠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보고서에서 산학협력단은 “(벤젠 위험성이 알려져 서울교통공사가 사용을 금지한) 2011년까지는 세척·도장 작업에서, 2022년까지는 도장 직무에서 유의미한 벤젠 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벤젠을 혈액암 발생 위험이 높은 물질로 지목했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소에서 혈액암 원인물질로 분류한 1급 발암물질이다.

“발병률, 일반인보다 높다고 판단할 수 없어”

다만 서울교통공사 차량 본부 직무자들의 혈액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은지는 불분명하다. 연구진이 차량 직군 노동자 중에서 혈액암이 발병한 사람들의 비율을 일반인 중에서 혈액암이 발병한 사람들의 비율(표준화발생비)을 비교했더니, 차량 직군 노동자의 표준화발생비는 1.13을 기록했다(신뢰구간 0.57 ~ 2.03). 얼핏 일반인보다 차량 직군 노동자에게 혈액암이 조금 더 발병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연히 이런 수치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어 과학적으로 ‘차량 직군 노동자에게 더 많은 혈액암이 발병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혈액암 환자 중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만 떼어놓고 비교 했을 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7월까지 혈액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혈액암 발병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 시 노무사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벤젠에 노출된 노동자는 6개월마다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차량기지 작업 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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