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미국에 신규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등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선다.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첫 해외 일정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다음 달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규 투자 법인인 네이버 벤처스를 출범한다. 기존 IT 스타트업의 투자와 육성을 담당하던 네이버 D2SF와는 별도의 조직으로 네이버에 전략적·기술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기회를 모색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D2SF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하고 새롭게 설립되는 네이버 벤처스는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벤처스는 2022년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주도했던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 부문 대표가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 3월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 창업자가 직접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이 의장은 다음 달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에서 현지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 창업자 100여 명을 만날 예정이다. 최수연 대표, 김남선 전략투자 부문 대표 등도 동행한다. 이번 이 의장의 미국 출장에서 주요 빅테크와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의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 AI 상호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미국에 신규 투자 법인을 세운 배경으로 AI 경쟁력을 꼽는다. 오픈AI·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시장 장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아직 AI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의 AI 사업 부진을 묻는 질문에 “올해 더 공격적이고 활발한 일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는 글로벌 공략 본격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최근 테크 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해 인도·스페인 등 신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고 지난달에는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전략사업·전략투자 부문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