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의 몰염치한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이번에는 회사가 이용 약관에 슬그머니 넣어둔 면책 조항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일자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1년 전 약관 제38조 ‘회사 면책’란에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불법적 접속 또는 불법 이용으로 발생한 손해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해킹 등에 따른 정보 유출이 발생해도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깨알 같은 약관을 뜯어보고 가입하는 소비자는 드물다는 점에서 회사 측이 유사시 법적 책임을 줄이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해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쿠팡은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는 대만에서는 약관에 ‘고객에게 유리하게 적용한다’는 한국과 다른 내용을 삽입해 ‘역차별’ 논란을 촉발시켰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 원을 올린 국내 1위 배송 플랫폼이다. 이런 기업이 국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추가해놓고 단순 고지만 하면 된다는 듯 행동한 잘못은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이를 감독해야 할 공정거래 당국은 약관 변경이 사전 허가 대상이 아니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사업자에만 유리한 조항이 들어갔는데도 걸러내지 못하고 사후 조치마저 미온적인 것은 감독 기능을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사고 발생 후 최고 결정권자인 김범석 쿠팡 의장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17일 ‘쿠팡 청문회’를 예고했지만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단계에 이르는 미로 같은 ‘탈팡(쿠팡 회원 탈퇴)’ 절차도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통신 당국은 이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내 e커머스 1위인 쿠팡의 몰염치는 독점 지위를 과신한 탓일지 모른다. 실제로 쿠팡 이용자는 이달 2일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독점적 구조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최신 보고서에서 “쿠팡 이용 감소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쿠팡은 배송 혁신으로 한국 e커머스 경쟁력을 끌어올린 의미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혁신도 결국 소비자의 신뢰 위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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