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담아낸 ‘애도의 서사’···참사를 기억하는 청년 작가들

2025-10-29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등이 주최한 ‘고통의 곁, 곁의 고통’ 전시 개막식이 열렸다.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 청년 작가 10명이 ‘참사’를 주제로 그려낸 만화의 일부 장면들이 전시됐다.

우리함께 센터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지난 3월부터 한 학기 동안 ‘참사와 서사’란 수업을 진행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광주학동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삼풍백화점붕괴참사 피해자들이 강사로 섰다. 학생들은 재난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이 들려준 삶과 고통을 펜으로 옮겨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무니(28)는 “서로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유가족들이) 언젠가는 괜찮아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 시절 산사태 참사 피해를 직접 목격한 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만화로 담았다. 그는 “오랫동안 참사를 목격한 순간에 갇혀 살았는데 지금은 애도하면서 조금씩 죄책감을 떠나보내고 있다”며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지만 피해자들이 각자 자신의 삶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태원참사 유가족 10명도 오전 열린 3주기 추모식에 참여한 뒤 개막식을 찾았다. 보라색 옷을 입은 이들은 몸을 기울이고 전시된 만화를 천천히 살펴봤다. 이태원참사로 아들 형주씨를 잃은 서정옥씨(76)는 “3주기가 되었지만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슬픔이 또 새로워진다”며 “우리 청년들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 혜린씨를 잃은 김영남씨는 “우리 아이들과 같은 세대인 청년들이 참사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만화를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엄기호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애도는 읽고 주석을 다는 일이고 여기 전시에 보인 작품도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학생 작가들이 읽고 단 주석”이라며 “독자들이 작품에 또 주석을 달아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뻗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번 국회에서 시작해 경기도청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별들의집, 수원시 평생학습관·창룡도서관, 광주광역시청을 차례로 돈다. 우리함께 센터 홈페이지에서도 온라인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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