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어게인과 개딸, 반공화주의의 적대적 공생

2025-12-02

12·3 계엄 1년 동안 보수와 진보 진영의 혐오 발언과 정쟁이 ‘심리적 내전’ 수준을 넘어 폭발 직전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성 지지층에 올라타 서로를 공격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진영 내부의 ‘거악 세력’이 가려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윤어게인’과 ‘개딸’로 불리는 두 진영의 팬덤은 서로를 ‘민주주의의 적’이라 비난한다. 하지만 양쪽 모두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반(反)공화주의의 쌍생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쌍생아라는 말에는 적대적 공생관계 의미가 담겨 있다. 그들은 정치 양극화를 통해 팬덤 결집 효과를 누리는 등 기득권으로 공생한다.

개딸 팬덤이 민주당 운영 좌우

윤어게인 세력, 국힘에 큰 영향력

거악이 거악을 덮는 구조 극복을

민주당의 개딸 현상은 정당 운영을 좌우하는 고정변수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리스크가 언급되기만 하면 수박·내부총질·배신자·정치공작 등의 문자폭탄을 쏟아낸다. 정당 내부의 이견과 다양성은 사라지고 맹목적 충성 경쟁만 남는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박용진 전 국회의원의 공천 탈락은 개딸의 행패와 잔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강성 팬덤정치에 올라타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친여 성향의 강성 유튜버 김어준이 운영하는 딴지일보를 거론하며 “민심의 척도이며 나도 10년 동안 1500번 글을 썼다”고 자랑했다. 그는 내란 청산 프레임을 앞세워 국민의힘의 정당 해산을 선동한다. 정 대표가 대통령실과 충돌하는 배경에 개딸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 대표가 개딸 중심의 대중정당 모델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고 나중에 대권까지 쥔 ‘이재명식 일극정치 모델’을 흉내내면서 대통령실과 조율없이 자기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어게인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윤어게인을 지지하는 강성 유튜버 전한길 등의 지지로 당 대표가 됐다는 해석이 있다. 장 대표는 황교안 전 총리가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대놓고 옹호하고, 아스팔트 극우라는 전광훈 목사와의 연대를 거론했다. 그는 선거 경쟁자인 ‘정치적 적수(adversary)’와 ‘군사적 적(enemy)’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체제 전쟁과 자유 전쟁을 선동하고 있다. 이런 발언 때문에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대해 “내란옹호 정당”이라 공격할 빌미를 주고, 정당 해산 공세를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딸과 윤어게인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서로를 적대시하면서도 공생하는 전략적 파트너다. 개딸은 대통령의 대장동 리스크를 덮기 위해 윤어게인의 거악, 즉 불법계엄 및 내란 정당임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반대로 윤어게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계엄을 덮기 위해 개딸의 거악, 즉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타격한다. 거악이 거악을 덮는 구조다.

양극단 팬덤은 서로를 혐오하고 악마화해 마녀사냥을 하면서 상대를 필요로 한다. 상대 정당을 독재정당으로 규정하고 타도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전의 ‘독재 대 민주’라는 낡은 구도를 부활시키려 한다. 이런 대립 구도는 민주화가 실현된지 38년이 지나 이제는 공화(共和) 단계로 이행해야 하는데도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인 프레임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은 민주와 공화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체제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에만 집중한 나머지 공화의 가치에 소홀했다. 다수파의 지배를 중시하는 민주주의가 견제와 균형, 법치주의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를 가리면서 정당은 대화·숙의의 장이 아니라 팬덤의 전쟁터로 변질했다.

최근 한국공화협회 준비위원회가 ‘민주공화국의 적들, 개딸과 윤어게인’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연 것은 좌우 극단으로부터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는 취지였다. 강성 당원을 결집시키는 대중정당 모델과 여론조사 공천은 ‘미국식 원내정당 모델-오픈 프라이머리’로 재편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개딸과 윤어게인을 막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도자를 군주처럼 숭배하는 극단적 팬덤이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등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지키는 동료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그들이 선거로 결집할 때 민주공화국을 지킬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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