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2023년까지 1154명 수료
코피아 사업에서 알토란 역할
경험・전문성 바탕으로 관련 취업까지
환경 개선・취업 연계 등 개선 필요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은 적은 예산으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렇게 코피아가 해외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능력 있는 소장과 더불어 묵묵히 그림자 역할을 수행하는 연구원과 연수생 덕분이다.”
코피아 사업이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은 현지에 파견된 센터 소장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다. 각국에 파견된 코피아센터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젊은 피들은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후반의 청년들이 개발도상국의 농업 현장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글로벌인재양성사업(이하 인재양성사업)은 코피아와 함께 시작됐다. 2009년 44명으로 출발해 2023년까지 모두 1154명이 현장을 경험했다.
▶︎2011~2016년 100명 대 연구원・연수생 파견 ‘전성기’
인재양성사업은 연구원과 연수생으로 구분한다. 연구원은 11개월, 연수생은 6개월 근무를 한다. 전공은 대부분 농업 분야다. 통역으로 파견되는 어학 전공을 제외하면 비농업 분야는 지난 14년 동안 19명 뿐이다.
그만큼 코피아 인재양성사업은 농업 분야를 전공한 대학생들에게 확실한 이력이 된다. 특히 현장에서 다양한 농업 경험은 수료 후 농업 관련 공공기관이나 기업으로 취업하는데 수월하다.
통계로 본 인재양성사업은 2011년 116명, 2012년 152명, 2013년 124명, 2014년 127명, 2015년 112명, 2016년 101명으로 6년 연속 100명 이상 연구원과 연수생을 배출했다. 코피아 출범 후 가장 왕성하게 사업을 벌이던 시기였다.
이후 사업 안정화에 접어든 2017년 이후부터 연구원과 연수생 규모는 점차 줄었다. 농업 전공자들에게는 여전히 이 사업이 인기가 많았음에도 개발도상국의 치안 문제, 다른 기관・기업들의 해외연수 선택지 확대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급기야 2021년과 2022년에는 코로나19로 해외 파견이 제한되면서 각각 8명과 7명만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다시 연구원과 연수생을 모집했는데, 예년보다 배정되는 규모가 확 줄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인재양성사업 직급을 2016년까지는 책임・선임 연구원으로 구분했다. 이후 2017년부터 1년 이상과 1년 미만 연구원으로 변경・운영 중”이라며 “코로나 확산에 따라 2020년 하반기부터 파경이 일지 중단됐다. 2021년 인원은 2020년에 파견돼 파견 기간이 연장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장형 인턴의 강점 “배우는 것 많아요”
농진청 글로벌인재양성사업은 ‘현장형 인턴’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잇점이 있다.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배운 이론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해 코피아 도미니카공화국 센터에서 근무한 박새영 전 연구원은 “다양한 농업 현장을 다니면서 경험치가 쑥 올라갔다. 보고 듣는 것과 더불어 직접 사업까지 참여하면서 농업 전반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특히 파견 국가들이 코피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코피아 구성원으로 일하는 보람을 느끼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전 연구원은 계약 만료 후 올해 국내 농업관련 공공기관에 취업해 자신의 전공과 코피아 경험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4월 코피아 라오스 센터에서 파견을 시작한 정대봉 연구원과 장결 연수생도 각오가 남다르다. 정 연구원은 파견 직후 ‘벼 종자 생산 및 재배 기반 조성 패키지 사업’을 맡았다.
이 사업은 코피아 라오스 센터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진행 중인 사업이다. 정 연구원은 전문가로 파견된 최임수 박사를 도와 벼 패키지 사업지 출장 및 보고서 작성을 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농진청과 인연도 있다. 대학 시절인 2022년 제7회 토양조사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했다. 이를 계기로 토양학회에서 코피아 센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4학년 때 코피아 센터에 가보겠다는 결심을 굳힌 배경이다.
정 연구원은 "제가 연구원으로서 파견돼 왔지만 실질적으로 농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은 적은 편”이라며 “아직은 전문가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향후에는 저도 농업분야 전문가로 성장해 제 전문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 1월까지 코피아 라오스 센터에서 근무하는 장결 연수생 역시 확고한 목표가 있다. 6개월짜리 연수생 신분이지만 특유의 젊은 감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라오스 센터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쪽파 사업에 적극적이다.
장 연수생은 “아직 학기가 남아서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현장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농진청 글로벌인재양성사업의 문을 두드렸다”며 “라오스를 1순위로 선택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론만으로는 현장감이 없었는데 코피아는 하고 싶은 연구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단기 계약의 한계…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은 숙제
이처럼 코피아 사업들의 확실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파견 나간 연구원들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우선 짧은 단기 계약이다. 어느 정도 일머리가 생길 즈음 연수가 끝난다. 재연장은 1년이다. 나이가 20대인 만큼 인턴 신분으로 2년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결국 1년 단위로 새로운 연구원을 받아들여야 한다. 코피아 센터 소장들도 이 부분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에열정이 있는 연구원들을 꾸준히 참여 시키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다음 차수가 오게되면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도 지원자가 계속 줄고 있는 이유다. 대부분 코피아 센터가 운영되는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이다보니 치안이 불안한 곳이 많다. 현장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일이 다반사다.
인재양성사업 지원자 남녀 비율을 보면 여성이 두 배 가량 높다. 그나마 치안이나 환경이 좋은 국가들로 지원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지원자가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는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들도 유사한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좀 더 쾌적한 환경과 연수가 끝난 후 입사 기회 등이 주어지는 민간기업의 혜택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런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몇 년 전부터는 일에 대한 열정보다 자신의 경력(스펙)을 쌓는 정도의 지원자도 다반사다. 힘든 일은 하지 않고 능독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으며, 딱 주어진 일만 한다. 11개월 동안 ‘뭘 하겠다’는 의지보다 ‘잘 버티자’는 생각으로 생활하는 연구원도 부지기수다.
물론 대부분 연구원과 연수생들은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젊은 패기를 앞세워 개선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코피아 사업들은 반복적이다. 또 비슷한 사업들이 많다. 젊은 연구원들이 보기에는 획기적인 사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인력이나 예산지원 등 모든 면에서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정년으로 퇴직 후 코피아 센터에 부임한 소장들도, 현장이라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도전하는 연구원・연수생들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코피아 사업 특성상 이들의 환경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바람이다.
농진청이 조사한 ‘2023년 글로벌인재양성사업 취업률 및 사업 만족도 조사’에도 개선점과 건의사항에 ▲소장과 연수생 사이에 중간단계 직원 채용 ▲소장 및 센터와 의사소통에 문제 발생 시 농진청에 건의할 창구 필요 ▲짧은 연수생 기간 연장 ▲숙소 개선 등이 올라왔다. 이와 함께 ▲취업 연계 부족 ▲취업 이후 네트워크 형성 필요 ▲소장을 보조해줄 인력 필요 등도 제안했다.
농진청은 보고서에서 “글로벌인재양성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은 부분에 대한 부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본인의 취업 및 도움이 될 수 있는 업무수행 기회 제공, 센터소장과의 의사소통 개선, 사업 종료 후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한 취업 등 우선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11월 28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⑭]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