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MBK, '집중투표제' 논란
1월 23일 주주총회 앞두고 갈등 격화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소수주주 보호 조치"
영풍-MBK파트너스, 경영권 방어 수단 우려
영풍 "석포제련소 수질, 온산제련소보다 '우수'"
고려아연의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소수주주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을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장한다. 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지분구조상 집중투표제 도입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양측은 석포제련소와 온산제련소의 환경 문제와 안전사고 등과 관련한 쟁점에서도 서로를 비판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임시주총이 경영 안정성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의 균형점을 찾는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집중투표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집중투표제는 이사회 독립성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이사회 구성의 투명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제도"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과 MBK는 "현 지분 구조상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권익 보호보다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 대주주와 2대 주주가 80~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소수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를 선임하기 위해 반수 이상 결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환경오염 문제도 부각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와 안전사고 이력을 거론하며 영풍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일축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제기한 사망사고 15건 중 일부는 교통사고 등 회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례까지 포함했다"며 "이는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최근 환경부로부터 58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안과 관련해서는 "지속 가능한 환경경영을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입해 폐수 무방류 시스템 등 친환경 설비를 구축했다"며 환경 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영풍 관계자는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 수질은 환경 당국의 측정 결과 기준치 이하로 양호하다"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인근보다도 수질 상태가 우수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자사의 환경 경영 성과를 부각했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이 99분기 연속 흑자와 2023년 기준 69%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하며 ESG 경영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고 있다고도 피력했다. 회사 측은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은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 확장을 통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풍은 "고려아연이 말하는 ESG 경영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며 "온산제련소에서도 최근 5년간 11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사업장'으로 지목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이 경영 안정성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의 균형점을 모두 만족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