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자 재개됐지만…속출하는 '그린레터'에 유학생들 비상

2025-06-27

미국 UC버클리 박사 과정에 합격해 아내와 함께 출국을 준비 중이던 30대 강 모 씨는 이달 24일 주한 미국대사관 학생 비자(F1) 인터뷰를 마친 뒤 이른바 ‘그린레터’를 건네받았다. 그린레터는 추가 심사 후 비자를 발급할 수 있다는 뜻의 일시적 거절 안내문이다. 그는 “인터뷰는 별다른 문제없이 끝났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토를 이유로 바로 승인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시간이 얼마 걸릴지 확실히 알려줄 수 없다고도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용 비자(F·J) 신청자 대부분의 심사가 사실상 보류되면서 개강을 앞둔 유학생들과 방문 연구자들 사이에 혼선이 커지고 있다. SNS 검열 강화에 따른 일시적 조치로 해석되지만 심사 기준이 이전보다 더 엄격해진 데다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불투명한 상태다. 개강을 앞두고 최종 승인까지 지연이 불가피해진 유학생들과 방문 연구자들의 우려도 터져나온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진행된 F(학생), J(교환방문) 비자 인터뷰 대부분에서 그린레터가 발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달 23일부터 유학용으로 인터뷰를 마친 신청자들 사이에서는 승인 사례가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원가에서는 지난주 신청분까지 정상적으로 비자가 발급됐지만 이번 주를 기점으로 모두 그린레터를 받고 있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린레터는 미국 이민법 221조에 의거해 비자 신청이 거절되는 경우를 일컫는 비공식 용어다. 통상 녹색 종이로 안내가 이뤄져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비자 담당 영사가 발급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을 때 주로 발행된다. 최종적 거절은 아니기에 추가 심사를 거친 후 비자가 발급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문제는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 이전까지는 통상 2주에서 6주 이내 승인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길게는 3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일부 있어왔다.

미국 유학생들은 비자 발급 상태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사 과정 학생들의 가을학기가 열리는 8월 중순이 점차 다가오고 있어서다. 한 유학생은 “개강 한 달 전부터 입국이 가능한 F1 비자는 이르면 7월부터 출국을 시작한다”면서 “인터뷰 자체가 중단됐다가 겨우 재개된 뒤에도 일정이 잘 잡히지 않아 지금은 가끔 뜨는 ‘취소표’를 잡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토로했다. 박사 후 연구원(포닥)처럼 계약 시작일이 이미 정해진 경우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또 다른 유학생은 “계속 기다리다 정 안되면 학교에 연락해 계약 기간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식적으론 재개된 비자 심사 절차가 이전보다 현저히 강화된 모양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8일(현지 시간) 공지문을 통해 올 5월부터 학생 비자 관련 절차를 중단하도록 한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종합적이고 철저한 검토를 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미국 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로 보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디지털 흔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비자 심사의 결정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다. 문상일 법무법인 MK 미국 변호사는 “정치적 성향이나 민감한 SNS 게시물이 비자 거절이나 취소 사유로 작용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입국 심사 시 휴대폰과 문자·이메일·사진 등도 확인될 수 있는 만큼 디지털 정보 전반을 신중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