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AI 세계 3강, 공공기관이 핵심 승부처

2025-12-02

한국이 정보화 강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1990년대 들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외쳤지만, 타자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나라가 쟁쟁한 선진국을 제치고 정보화 강국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한국이 승부처로 삼은 것은 정부였다. 정부는 정보기술의 가장 큰 수요처이자 모든 분야와 연결되기 때문에 여기를 우선 정보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987년 행정 전산화를 시작으로, 90년대 중반 초고속국가망, 2000년 전자정부 등 정부의 정보화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화 강국이 됐다.

그럼 지금 한국이 지향하는 ‘인공지능(AI) 세계 3강’ 도약을 위한 승부처는 어디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정부는 국가 운영의 중심에 있지만, AI 개발에 필요한 실시간 현장 데이터는 많이 다루지 않는다. 이에 비해 331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은 보건의료, 에너지, 물류, 금융 등 각 분야에서 핵심 업무와 데이터를 관장한다. 여기에 지방 공공기관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의 기본 데이터를 거의 망라할 수 있다.

이런 공공기관이 AI에 뒤처진다면, 정부와 산업계는 AI 전환에 필요한 실시간 핵심 데이터를 받지 못하고 AI를 활용한 자동화된 업무 처리도 구현하지 못한다. 거꾸로 공공기관이 AI 전환을 선도적으로 이뤄내면 정부와 산업계의 AI 전환이 훨씬 용이해지고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공공기관의 AI 추진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따르면 AI를 전사적 차원에서 도입하는 민간기업은 37%지만, 공공기관은 13%에 그친다.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AI 도입에 따른 리스크도 큰 부담이 된다. 공공기관 특성상 AI를 도입해도 수많은 법 규정과 규제의 수렁에 빠져 자칫 AI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세계 3강’ 달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AI 전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부터 마련돼야 한다. 공공기관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AI 전환을 추진하는 기관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역량과 자원이 부족한 기관에는 기술적·재정적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공공기관이 AI 도입을 넘어 AX, 즉 AI에 맞는 조직·업무 혁신을 추진하도록 관련 법 정비와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혁신 기반 조성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AX를 경영 평가의 주요 항목에 포함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