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판소리는 어떻게 완성됐나... '판소리 탄생 연구'

2025-02-04

판소리의 문학적, 음악적, 연희적 배경 추적

신재효와 같은 양반, 중인 계층 가담 체계 갖춰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판소리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다. 식물의 씨앗이 발아하여 물, 공기, 햇볕과 같은 여러 양분을 받아들여 열매를 맺듯이 오랫동안 여러 문화적 요소를 흡수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판소리 탄생 연구'(휴먼앤북스)가 출간됐다.

저자인 한상일(동국대 한국 음악과 교수 역임, 현 대구 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및 지휘자)의 박사학위 논문 '판소리의 예술적 전형화 과정 연구 - 문화접변 양상을 중심으로'(2011, 성균관대학교)를 수정, 증보한 책이다. 저자는 판소리가 하나의 원본 서사에 여러 스토리가 더해지고, 또 다른 장르의 음악과 너름새까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원본 서사의 뼈대 위에 하층민이 담당했던 굿의 일부가 가세하여 초창기 판소리가 탄생했다면, 이후에는 양반이나 중인 계층까지 판소리의 내용과 형식에 관여하여 그 세계가 확대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판소리의 문학적, 음악적, 연희적 배경을 추적하여 각각 어떤 문화에 영향을 받아 판소리가 풍성해졌는지를 추적한다. 초창기의 초기적 문화 접변에서 후기의 문화 접변의 심화와 전형화 과정을 거치면서 판소리는 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완성된 형태를 갖는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서도소리 중의 하나인 '배뱅이굿'은 일인 서사의 골격을 유지하고 여러 음악적, 서사적, 연극적 요소를 가진다.

하지만 19세기의 주류적 이데올로기의 협력이 부재했기에 전체적으로 보면 서사의 완성도가 미약하고 큰 이야기로서의 감동이 약하다. 양반 계층에 대한 희화 혹은 일종의 사기극 정도로 막을 내리고 만다. 그러나 판소리는 18세기 무렵부터 신재효와 같은 양반, 중인 계층이 가담하여 각종 한시, 고사담론, 서책의 내용 등이 스며들고 충효와 같은 주류적 이데올로기마저 섭취하여 반듯한 이야기의 구조를 갖춘다. 더불어 음악적인 부분도 굿, 민요와 잡가 등이 가세하였고, 연희적인 측면도 여러 요소들이 녹아들어 현재의 판소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값 30,000원.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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