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미움받고 있지 않아요”

2025-09-04

일본 오키나와에서 5일 U18 야구월드컵이 개막된다.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지역이 참가하고, 6일에는 한일전이 열린다. 대표팀은 각각 20명인데, 일본 대표에는 전국 12만5000명 중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 니시무라 잇키 투수가 선발됐다.

니시무라는 대학 진학 후 프로팀 진출이 기대되는 실력은 물론, 마운드에 오르기 전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이는 등 예의 바른 인품을 갖춘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달 열리던 여름 고시엔에서 한 한마디가 화제가 됐다.

“관람석에 있는 모두가 박수를 치고, 분위기가 완전히 저쪽(상대팀)이었어요. 미움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달 16일 교토국제고는 3-2로 가가와현의 진세이가쿠엔고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니시무라는 9회말 3명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막았던 당시 힘든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우리 학교(교토국제고)가 미움을 받고 있다”는 심적 부담을 토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교토국제고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일부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고교야구대회는 지방 예선부터 승리한 팀이 교가를 부른다. 명문 강호팀의 교가는 모교가 아니어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부분 선수는 ‘학교의 얼굴’인 교가를 자랑스럽게 부른다.

하지만 교토국제고는 지난달 13일, 유력한 우승 후보팀을 격파했음에도 교가 연주때 입을 다물거나 굳은 표정을 지은 선수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어(한국어)이기에 가사를 외우기 어렵거나, 의미를 정확하게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니시무라의 “미움받고 있다”는 발언도 압도적인 기세의 상대팀 응원단을 애교스럽게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선수들은 교토국제고를 스스로 선택한 건 맞지만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여름 고시엔 개막 후 온라인엔 어김없이 교토국제고를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랐고, 교토부 등은 교토지방법무국에 총 6건의 SNS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대회 첫 우승을 한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고시엔 2연패의 꿈이 깨진 지난달 19일 구라하시 쇼 주장은 “교토국제고는 응원받지 못하는 팀이지만, 처음으로 관람석에 있는 많은 분들의 응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덕분에 마지막에 득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했다. 온라인에서도 그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글이 넘쳐났다. 야구를 사랑하는 10대 학생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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