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트럼프 재선시 우크라전 종전 빨라져...러·북 협력 붕괴 앞당길 것"[2024 중앙포럼]

2024-10-23

“이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월 관계도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여부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북·러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2024 중앙포럼’에서 “최근의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결 고리로 한 일시적 성격이 짙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미 대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북·러 관계’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트럼프가 재선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또는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이후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의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북(이하 북·러) 밀착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미 대통령 선거"라고 말했다. 이어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이나 평화 조약 단계로 접어들면 북·러 밀착 관계는 거의 확실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란코프 교수는 러시아 레닌그라드국립대와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등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북·러 전문가다. 1980년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하는 등 남북을 모두 경험했다.

기반 없는 북·러, 우크라전 계기로 밀착

그는 발표에서 “75년간 북·러 관계를 보면 경제적·전략적으로 (공유하는)기반이 거의 없었다”며 “석탄·철광석·수산물 등 북한의 수출품은 러시아에서 수요가 거의 없고, 유일한 예외는 북한의 노동력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란코프 교수는 “과거 소련은 경제 협력으로 위장한 대북 지원을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는 이런 지원조차 할 관심도, 의지도 없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북·러 관계의 장애물”이란 게 그의 인식이다.

란코프 교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처럼 접점 없는 북·러가 급속도로 밀착하는 요인이 됐다. 1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참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성상 러시아는 대구경 포탄을 비롯한 군수 물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러시아에 이런 물자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생산 능력이나 현실적 한계 등을 고려할 때 북한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군수 물자를 기반으로 한 북·러 교류는 1990년대 초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北, 수만 명까지 파병할 수도

그는 북한의 대규모 파병은 북·러 양쪽에 이득이 된다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값싼 북한 병력의 “수입”은 국내 동원을 최소화하기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란코프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북한은 수만 명까지도 파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병력 고갈로 인해 북한군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북·러 간 첨단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러시아가 대규모로 군사 기술 이전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푸틴 입장에서는 화폐 대신 기술 이전과 같은 물물교환에 대한 매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우크라 포기할 가능성"

그런 점에서 미 대선은 북·러의 밀월 관계에 결정적인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란코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 민주당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패전을 막는 수준에서 군사 지원을 지속해왔다"며 “해리스의 대선 승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연장을 의미하며 이 경우 2~4년은 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만큼 북·러의 전략적 제휴도 수명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란코프 교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 지원을 레버리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쪽을 압박해 휴전 또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에서 평화협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고립주의 경향이 심하고 동맹 관계를 무시하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고 봤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패전이나 항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 북·러 밀월 관계도 함께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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