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한 기업 고위 임원이 가난한 노동자들을 지켜보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온라인에 게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8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태국 톤부리헬스케어의 전무이사이자 상타이당 당원인 수와디 푼트파니치가 지난달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푼트파니치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고 있다. 문제는 그의 등 뒤 유리창 너머로 담배 공장 노동자들이 바닥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는 점이다.
푼트파니치는 사진과 함께 “이 카페는 담뱃잎 분류 공장의 한 구역을 카페로 만들었다”며 “그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 동물원이냐”, “태국 사회의 축소판 같다. 부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라며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푼트파니치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지적은 얕은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그런 지적이 공장 노동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내 할머니는 담뱃잎 분류 일을 했고, 이 카페 풍경이 어린 시절 공장에서 뛰놀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해명했다.
카페 측도 “공장은 가족이 대대로 운영하던 곳으로, 일부 공간을 개조해 카페로 만들었다. 담배 공장에 얽힌 이야기와 노동자들의 작업 모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장 노동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으며, 단순히 쇼를 위해 고용된 것은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쇼를 위해 고용된 게 아니라면, 생계를 위해 존엄성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더 비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태국의 소득 불평등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태국 공장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350밧(약 1만 5000원)의 임금을 받는다고 SCMP는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